"23조 금융그룹 키운 도전정신, 럭비에서 배웠다"
韓대표팀 단장맡은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 톡톡! 경영인 ◆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 지금의 OK금융그룹입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는 지금,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뼛속까지 서비스맨이다. 처음 창업에 뛰어든 20대부터 금융그룹을 일군 지금까지 그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란 무엇인가'에 천착했다. 대한민국 대부업계 최초로 고객만족팀을 만들고 신용회복위원회에 가입하는 등 혁신을 주도한 것도 수십 년간 이 질문을 곱씹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시작한 첫 사업은 외식업이었다. 신라관이라는 한식당에서 한국식 고기구이를 격조 높게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면서 "책임 소재를 명백히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자고 마음먹은 것도 이때부터다. 임직원 모두가 고생한 만큼 결실을 함께 나누는 것이 '원팀경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15년간 신라관 직영점은 13곳으로 늘었다. 타국에서 외식업으로 일가를 이룬 최 회장은 돈 보따리를 싸들고 1999년 한국으로 향한다. 익숙한 외식업 대신 금융업에 뛰어든 것은 고국에서 신대륙을 개척해보겠다는 각오 때문이었다. 벤처캐피털로 시작해 소비자금융업에 진출했고, 저축은행을 거쳐 종합금융그룹을 선언하기까지 스토리는 '도전과 응전의 대하드라마'다. 지난해 말 OK금융 총자산은 23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금융업계에 처음 깃발을 꽂은 지 23년 만에 사업 규모를 600배가량 키웠다. 임직원은 3156명, 전국 영업점은 91개다.
최 회장은 "가장 힘들었던 건 2007년 여러 계열사를 통합해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을 출범시켰을 때"라며 "'일본계 자금'이라는 오해를 받아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고 일본 최대 소비자금융회사인 다케후지 인수를 추진하다 결국 포기하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좌절은 있어도 포기는 없었다. 재도약의 기회는 2014년에 왔다. 9전 10기 끝에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고 OK저축은행을 새롭게 출범시킨 것이 이때다. OK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한 OK금융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OK금융은 연내 그룹 내 마지막으로 남은 러시앤캐시의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새 시대를 연다.
'최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스포츠다. 최 회장은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다양한 스포츠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 감독의 활약, 박세리 전 감독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우승 소식을 듣던 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어린 시절 노골적인 차별을 받으면서도 한국 국적을 고집했다. 재일교포 3세로 살면서 서러움이 왜 없었겠나. 그러나 이 혈통이야말로 저의 기업가정신과 애국심, 스포츠 사랑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진심인 경영자야 많지만 최 회장은 '찐'이다. 20대부터 경영이념으로 삼았던 '원팀정신'도 럭비의 핵심 가치인 '노 사이드(No Side)'에서 따온 것이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럭비는 경기 종료 때 '노 사이드'를 외친다. 내 편, 네 편 구분이 없이 모두가 하나라는 뜻인데 치열하게 경쟁한 후 승패와 무관하게 서로 격려하고 환호해주는 문화다.
유난한 럭비 사랑은 일본 고교 시절 시작됐다. 은근한 무시와 냉대에 위축돼 있던 재일교포 3세 소년은 럭비부로 활동하면서 일본인들과 정정당당하게 겨루며 큰 성취감을 느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종목이지만 최 회장은 한국 럭비의 황금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24대 대한럭비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올해 OK금융 럭비단을 창단했다. 선수들은 OK금융 소속 직원으로서 생업을 수행하고 일과 종료 후나 주말에는 스포츠 선수로서 훈련과 경기에 참여한다. 최 회장은 "선수들이 럭비를 인생의 전부로 여기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럭비를 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럭비 외에도 프로배구단을 창단하고 골프, 야구 등 다양한 종목을 후원해온 최 회장은 올해 한국 스포츠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바로 이달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재외동포 최초로 국가대표 선수단 단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그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인 만큼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각 종목의 유불리, 기후·지리적 문제, 이번 대회 새로운 규칙 등을 두루 살펴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뽐낼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윤 회장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20대에 한국음식 전문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 벤처캐피털 사업으로 한국에 돌아온 후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을 출범하며 소비자금융업에 진출했다. OK저축은행이 출범한 2014년 OK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각종 스포츠에 10년 넘게 후원을 이어오고 있고, 프로배구단과 럭비단도 창단했다. 이달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재외동포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가대표 선수단 단장을 맡았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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