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까지 10년 서연정 "골프 그만둔다는 말 달고 살았는데…"

김동찬 2023. 9.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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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투어 입문 10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 서연정이 "골프 그만둔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며 첫 우승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서연정은 3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KG 레이디스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뒤 노승희와 벌인 연장에서 이겨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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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서 경쟁한 노승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해"
2012년 아마추어 시절 홀인원 부상 2억7천만원 자동차 포기해 화제
서연정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용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정규 투어 입문 10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 서연정이 "골프 그만둔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며 첫 우승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서연정은 3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KG 레이디스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뒤 노승희와 벌인 연장에서 이겨 우승했다.

이 대회는 서연정이 출전한 260번째 KLPGA 투어 대회였다.

첫 우승까지 가장 많은 대회를 치른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11월 안송이의 237개 대회였다.

당시 안송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반면 이날 서연정은 울지 않았다.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부모님께 한 말씀"이라며 최후의 카드를 내밀었지만 서연정은 울먹이지도 않았다.

서연정은 "같은 요진건설 후원 선수인 (노)승희와 경기해서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눈물이 (나오려다가도) 들어갔다"며 "원래 긍정적이고, 무표정하면 '화났냐'는 말도 듣는 편이라 더 웃으려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승희 역시 97차례 대회 출전에 이번이 첫 준우승일 정도로 우승이 간절하기는 마찬가지인 선수였다.

서연정은 "제가 10년 차인데 우승이 없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정상에 올라 너무 기쁘고 실감이 안 난다"며 "우승 인터뷰를 가장 해보고 싶었고, 부모님도 '우승자 엄마·아빠'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5년생 서연정은 이번 시즌 평균 비거리 237.2야드로 72위를 기록, 장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다.

그러나 페어웨이 안착률 76%(26위), 그린 적중률 72.8%(21위) 등으로 이를 만회해 타수를 줄이는 스타일이다.

우승 후 기뻐하는 서연정(검은색 모자)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년 전인 2012년 대원여고에 재학 중이던 서연정은 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 2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홀에는 당시 우승 상금 3억원에 버금가는 2억7천만원 상당의 벤틀리 자동차가 경품으로 걸려 있었는데 서연정이 이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시 주최사인 한화금융이 '서연정이 아마추어 자격이어도 홀인원 상품은 상금과 다른 성격'이라며 자동차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서연정이 "참가 목적이 아마추어 정신에 입각한 것이므로 상금이나 상품에 대한 생각이 원래 없었다"고 사양했다.

서연정은 이날 우승 이후 "지금도 '벤틀리'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다"며 "그때 홀인원보다 이번 우승이 더 좋다"고 기뻐했다.

노승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15번 홀에서 2m 정도 버디 퍼트를 놓친 장면을 두고는 "그것을 넣었다면 안도했을 것 같다"며 "오히려 정신 차리는 계기가 돼서 남은 세 홀을 잘 마무리했던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KLPGA 투어에서 7승이 있는 김해림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서연정은 "2019년 시드전을 치러야 했는데 그때 김해림 언니가 많이 이끌어줘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며 "제가 기생충처럼 얹혀사는 관계"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제가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김해림 언니는 워낙 성실한 선수라 저도 찔려서 더 연습하게 되는 경우도 잦았다"고 설명했다.

첫 승에 10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 우승까지는 3개월?"이라고 되물은 서연정은 "그동안 골프를 그만둔다는 얘기를 달고 살았고, 정말 내년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어제 9언더파를 치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장전에서 경쟁한 노승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고 여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첫 우승으로 큰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 2승, 3승도 계속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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