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소송 수임 상위권 모두 ‘전관’…소송도 제식구 몰아주기?

전관 변호사 2명이 소송 630건 수임
LH “업무 관련 전문성 고려한 것”

2023년 8월 29일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남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계·감리뿐 아니라 소송도 상당 부분을 전관에게 맡긴 것으로 나타나 ‘제 식구 몰아주기’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소송위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간 LH가 소송을 가장 많이 위임한 소송대리인인 A 변호사는 모두 375건을 수임했다.

A 변호사는 수임료로 16억9000만 원을 받았는데, 한 건당 450만 원 꼴이다. A 변호사는 8년간 LH에 근무하다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다음으로 수임 건수가 많은 B 변호사도 LH 소송 255건을 대리하면서 수임료로 15억 원을 받았다. B 변호사는 과거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LH 법무실에서 일했다.

A 변호사와 B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 규모는 LH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개인 변호사 중에서 상위 1위와 2위에 해당한다.

법무법인·법률사무소를 제외한 개인 변호사 기준으로 소송대리 3위는 3년여 동안 LH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C 변호사로, 소송 110건을 맡으며 수임료로 7억 원을 받았다.

4위인 D 변호사는 148건을 맡아 수임료로 6억9000만 원을 받았다. D 변호사 역시 3년여 동안 LH에서 일하다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 뒤에는 3년 동안 LH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LH 출신 변호사들은 모두 퇴사 이후 LH 법률고문을 장기간 맡았거나, 맡고 있으면서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소송뿐 아니라 법률자문도 전관 변호사에게 몰아줬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LH 법률 자문 상위 20위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문 564건 중 133건을 LH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4명이 맡은 것으로 집계됐다.

LH 소송대리 2위였던 B 변호사는 총 70건의 자문을 맡아 자문료로 4020만 원을 받았고, C 변호사는 27건을 자문해 1405만 원을 받았다.

LH는 공공택지 조성·임대주택 공급 등 업무 특성상 소송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H 관계자는 "내부 규정과 LH 업무와 관련한 전문성, 능력을 고려해 소송을 맡기고 있다"며 "자문은 통상 자문료에 비해 단가가 낮기 때문에 맡기 꺼리는 경우가 많아 자문해 줄 변호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