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전문가 ‘귀하신 몸’… 세계적으로 수요 급증”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9. 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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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기 이화-매경 자금세탁방지 전문가과정 개강식
전세계 앞다퉈 규제 강화하면서 AML전문가 태부족
금융사마다 독립부서·총괄책임자 신설 의무화 추진
제5기 이화·매경 자금세탁방지 전문가 과정 개강식이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소라 이대 AML과정 주임교수, 지홍민 이대 경영대학장, 서양원 매일경제 논설주간,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신경식 이대 대외부총장, 류영호 금융감독원 자금세탁방지실 팀장이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요즘은 금융감독원 원내 연수에서도 자금세탁방지 분야가 인기입니다. 세계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회사의 존폐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업무가 됐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금융의 신뢰’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서른 두 명의 자금세탁방지 전문가 후보군이 ‘열공’을 시작했다. 은행과 카드·증권사, 캐피탈, 자동차금융은 물론 가상자산거래소와 유통기업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인재들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주경야독’을 택했다.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제 5기 이화-매경 자금세탁방지 전문가과정 개강식’이 열렸다. 최고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매일경제신문과 이화여대가 5년째 개설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다. 지금까지 총 125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날 특강을 맡은 류영호 금융감독원 자금세탁방지실 자금세탁방지기획팀 팀장은 최근 자금세탁방지 업무의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이 업무의 시작과 끝은 사람, 그 중에서도 수년간 현장경험을 쌓은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한국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많이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규준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류 팀장은 “지금은 준법감시인이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를 겸임하는데 이제는 독립된 담당 임원(총괄 책임자)을 둬야 한다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보고책임자가 되려면 관련업무를 3년 이상 한 사람만 할 수 있게 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금융사마다 ‘독립 부서’를 신설하게 되면 AML인력에 대한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금도 은행들이 “지금은 인력이 없어서 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을 맞출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류 팀장은 “AML 관리감독 대상은 금융사 1000곳을 비롯해 명동 소액 환전업자까지 포함하면 9900곳이 넘는다”면서 “앞으로 감독 영역이 점점 넓어질 것이고 글로벌 공조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징금 최대 10조원 물기도…미국 유럽 일본 중국 당국도 예의주시
실제로 국내외 금융사들이 줄줄이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수백억원에서 10조원에 달하는 제재금을 내려면 그에 준하는 법률 컨설팅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전세계 감독당국은 불법자금이 국경을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분야 관리감독을 알게 모르게 강화하고 있다.

류 팀장은 “미국 감독당국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데, 감독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지속적 내부통제 시스템 갖추고 있는가, 독립적으로 내부감사를 하고 있는가, 모니터링할 책임자를 지정했는가 등이다. 관련 임직원 교육이 잘 되고 있는지, 고객 확인을 위한 위험관리 절차가 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비해 느슨한 편이었던 유럽도 러시아 제재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고, 유럽 자금세탁방지청 설립 인가까지 난 상황이다. 중국 인민은행과 일본 금융청도 정중동으로 움직이면서 한국 등 외국 금융사 자금이동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류 팀장은 “이제 경영진도 AML은 비용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우리 은행들이 해외에 인력을 파견할 때 ‘영업’을 중시했다면, 앞으로는 ‘AML’을 최우선 기준으로 둘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 분야는 관련업무 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오래 일할 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AML은 업무 특성상 몇 년이 지난 거래도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영원한 숙명’같은 이슈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외국에 진출하면 글로벌 금융 거래를 하게 되므로 산업 구분도 없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보이스피싱 범죄도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강화하면 일정부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AML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류 팀장은 설명했다.

“전문가 간 네트워킹도 매우 중요…이화매경 AML동문들이 큰 재산”
이날 개강식에서 신경식 이화여대 대외부총장은 “2000년대 초반 많은 기업과 기관을 만나 소통했는데, 자금세탁을 막으려면 세 가지(법제도와 시스템, 사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중 90%가 사람, 즉 교육훈련이었기에 본 과정을 개설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홍민 이대 경영대 학장도 “국내에 개설된 AML 교육과정은 두 개 뿐인데, 우리는 외부 전문가들로 최고의 강사진을 꾸렸다. 이미 전문가 수준인 분도 있고 새로 시작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본 과정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도 “복잡한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면서 리스크도 커지고 감독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지금은 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제도를 정비하고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에 좋은 시기다. 실무 경험을 갖추고 전문교육을 받은 여러분이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원장보는 또 “이 과정을 수료한 선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배 동기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실무 이슈에 대해 해결책을 논의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주간은 “업무로 바쁘실텐데 시간을 내서 공부하시는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알차고 유익한 교육과정으로 소문이 자자한 만큼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웃었다. 서 논설주간은 또 “5기 입학생 명단을 보니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많이 오셨던데,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일 것”이라며 “이제 금융의 핵심은 신뢰다, 핵심인재로 거듭나셔서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발전시켜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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