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격돌→브랜든이 웃었다! 두산, 뒷문 불안감 지우고 3연패 탈출…멀어지는 롯데의 가을야구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야속한 비로 인해 이번주 무려 4경기나 치르지 못한 두산 베어스가 길고 길었던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이날 패배로 6위 두산과 간격이 4.5경기로 더욱 벌어졌다. 롯데의 가을 야구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두산은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어쩌면 참 길고 길었던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이날 두산의 선발 브랜든 와델은 무려 네 차례나 등판이 연기되는 악재 속에서도 컨디션을 잘 유지했고, 6이닝 동안 투구수 100구, 5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시즌 7승째를 손에 넣었다.
반면 롯데 선발 '좌승사자' 찰리 반즈는 7이닝 동안 투구수 93구, 5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로 역투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 사냥에 실패, 패전의 멍에를 썼다.
두산의 타선에서는 강승호와 이유찬이 각각 1개씩의 안타를 뽑아낸 뒤 재치있는 주루플레이를 선보이며 3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고, 8회 양의지가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큰 힘을 보탰다.
# 네 번의 등판 연기, 팽팽한 초반 흐름
두산의 브랜든 와델과 찰리 반즈는 당초 지난 27일 화요일 경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속한 비가 문제였다. 브랜든과 반즈는 어쩔 수 없이 등판을 하루 연기하게 됐는데, 28일에도 비가 내리면서 선발 등판이 취소됐다. 이승엽 감독과 이종운 감독 대행은 더 이상 이들의 등판을 미룰 수 없었던 탓에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는 다른 선수를 각각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이틀 연속 우천으로 인한 등판 불발 이후 이들은 나란히 1일 맞대결의 선발 투수로 예고됐다. 하지만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2일 부산 지역에는 이틀 내내 비가 쏟아진 탓에 경기를 갖지 못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또다시 등판이 연기됐다. 그리고 이로인해 지옥의 9연전 일정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두산과 롯데는 결국 주중 3연전 때와는 달리 이틀 연속 등판을 미루고 경기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의도치 않게 오랜 휴식을 가진 외국인 에이스들의 경기 초반 투구는 탄탄했다. 두산 브랜든은 1회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경기를 출발했지만, 후속타자 정훈을 병살타로 돌려세운 뒤 안치홍까지 좌익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말에는 니코 구드럼에게 2루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한동희와 서동욱을 모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매듭지었다.
'좌승사자' 반즈는 브랜든보다 더 시작이 좋았다. 반즈는 1회초 선두타자 김태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출발, 김재호와 양석환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묶어내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이어 2회초에는 양의지를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김재환에게 6구째 145km 직구를 위닝샷으로 던져 삼진을 솎아냈고, 허경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팽팽한 투수전 흐름을 만들었다.
# 수비에서 갈린 희비
브랜든과 반즈의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을 먼저 무너뜨린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3회초 선두타자 강승호가 반즈와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126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렸다. 이날 두산의 첫 안타. 그리고 후속타자 이유찬이 3루수 방면에 땅볼을 만들어냈는데, 여기서 롯데의 치명적인 수비 실책이 발생했다. 롯데 3루수 한동희는 이유찬의 타구를 병살로 연결시키기 위해 2루수 안치홍을 향해 공을 뿌렸다. 그런데 송구가 빗나가면서 안치홍이 잡을 수 없는 공이 됐고, 두산은 모든 주자가 살아나가면서 1, 3루 기회를 손에 넣었다.
롯데의 아쉬운 수비는 이어졌다. 두산은 이어지는 찬스에서 1루 주자 이유찬이 도루를 하기 위해 스타트를 끊었는데, 여기서 반즈의 견제가 적재적소에 나왔고, 이유찬은 1-2루 사이에 갇혔다. 여기서 롯데는 이유찬을 잡아내기 위해 협살 플레이를 시도했는데, 이틈에 3루 주자였던 강승호가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를 바탕으로 홈까지 파고들면서 팽팽한 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이유찬과 강승호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가 모두 빛을 본 장면.
반대로 두산은 호수비로 인해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브랜든든 4회초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2루타를 맞는 등 1사 3루에 몰렸다. 이때 직전 타석에서 2루타를 뽑아냈던 구드럼이 방망이 '스윗스팟'에 제대로 걸린 강습 타구를 쳐냈는데, 여기서 유격수 김재호가 날아올랐다.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었던 김재호는 '슈퍼 점프 캐치'를 통해 구드럼의 안타성 타구를 직선타로 돌려세웠고, 브랜든은 계속되는 2사 3루에서 한동희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 불안했던 뒷문, 이틀 휴식 후 우려 지웠다
두산은 그동안 마무리를 맡아왔던 홍건희가 최근 불안한 투구를 거듭하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홍건희를 '셋업맨'으로 내리고, 투구 내용이 가장 좋은 정철원에게 '마무리'의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이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철원은 보직을 변경한 뒤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졌고, 홍건희는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세 경기에서 두산의 뒷문을 매우 불안했다.
우천 취소로 인해 이틀 연속 경기가 취소되면서 9연전 강행군 일정에 놓여 있지만, 두산 불펜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된 모양새. 두산은 선발 브랜든이 6이닝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본격 불펜을 가동했다. 가장 먼저 마운드에 선 것은 직전 등판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박치국. 박치국은 구드럼-노진혁-고승민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내며 이날 두산의 첫 삼자범퇴를 이끌었다.
두산은 8회초 공격에서 김태근이 롯데 '믿을맨' 구승민을 상대로 몸에 맞는 볼, 양의지가 볼넷을 얻어내며 1, 2루 찬스를 잡았고, 양의지가 사실상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투수들에게 보다 여유 있는 리드를 안겼다. 그리고 8회에는 김명신이 등판해 1이닝을 군더더기 없이 틀어막았고, 9회에는 마무리 정철원이 뒷문을 걸어잠그며 3연패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