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이 주말 서울 도로 한복판에 몸을 엎드렸다
“우리도 사람이고 노동자” 오체투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헌법과 국제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조차 손쉽게 침해당하는 것에 항의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사업장 이동 지역 제한’에 항의하며 3일 서울 시내에서 오체투지를 벌였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와 이주노동자노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출발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행진했다.
정부는 지난 7월5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사업장 변경 및 주거환경 관련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9월부터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을 ‘권역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이력 등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권리를 옥죄면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를 운영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오체투지에 나서기 전 전태일다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에도 사업주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지역 제한까지 하겠다는 개악 조치”라며 “고용허가제가 운영된 20년 동안 유례가 없는 매우 심각한 개악”이라고 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이주노동자 숫자를 늘려서 사업장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며 “우리는 사람이고 노동자다, 우리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오래 요구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 스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업장 이동 제한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 정부가 하려는 것은 범죄행위에 가깝다”며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동등한 인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이 수십 년 전 일제시대의 노동착취에 대해 분노하듯, 지금 이 시간 이땅에서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사업장 이동제한과 고용허가제, 살인적 노동환경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오체투지 참가자들은 이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12주기를 맞아 전태일다리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추모한 뒤 2㎞ 떨어진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약 2시간 동안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철폐하라”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Free job change(자유로운 직업 변경)” “We want human right(우리는 인권을 원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이 1000억원이나 된 이유는 사장이 월급을 안 줘도 사업장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며 “사업장 이동 지역 제한이 된다는 소식에 제주도 같은 곳은 300만~400만원을 받고 타 지역으로 이동시켜준다는 브로커까지 생기고 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 원인을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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