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구서 겨룬다면 가장 나쁜 놈과 붙겠다”···그렇다면 누구와?

조문희 기자 2023. 9. 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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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과 갈등 구도 유지하며
홍준표엔 “젊은 감” 높이 평가
운신폭 넓히기 시도로 풀이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일 오후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을 찾아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만약 대구에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한다면 가장 나쁜 놈을 골라서 붙겠다”며 대구 지역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정치인과의 갈등 구도는 유지하는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선 “젊은 사람들과 감이 닿아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당내 친윤(석열) 그룹 지지층을 6070세대 이상 노년층으로 묶어두는 반면 자신의 운신폭은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2023 대구 치맥(치킨+맥주) 페스티벌’에서 “윤핵관들이 하는 꼴을 보면 열 받아서, 보수 확장보다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당 안팎에서 불거진 대구 동구을 출마설에 선을 그으면서도 대구 지역 출마 가능성은 버리지 않은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서울) 노원병에 안 나가겠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선택지를 여럿 남겼다. 그는 “제가 하나의 목표를 삼고 거기에 대해 노력하면 윤핵관들은 그걸 막겠다고 달려드는 분들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대구 출마 자체보다는 당 주류의 ‘공천 장난질’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이 실제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도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경기도에 조금 지고, 서울은 이긴다고 하면 지도부 인사들은 전원 서울 강북에 출마하면 된다. 자기들이 왜 도전 안 하나. 입이랑 머리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다. 지금 상태로는 내년 총선에서 위기일 것이 분명한데, 주변에서 ‘망토 예쁘다’고 말해 속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윤핵관들이 ‘이런 망토 처음본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홍 시장에 대해선 “젊은 사람들과 감이 닿아있다. (홍 시장은) 대구에서 자신에게 공천을 줄 수 있는 나이 든 당원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연령 조정) (이슈를) 건드린다거나, 여기저기 관변단체에 나가는 돈을 줄인다고 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대구에서 치맥 회동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그분(홍 시장)과는 연대할 게 없다”면서도 “계속 교류는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대구행은 젊은층 민심 확보 전략으로도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대구를 찾은 것이지만 지역 민심 주류로 여겨지는 ‘올드 보이’들과의 만남보다는 젊은 세대와의 접촉면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행사에서 “다른 지역과 다르게 대구에 오면 너무 인사할 곳이 많다. 그렇게 안 하면 ‘저XX 싸가지 없다’고 소문낸다”며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의 한계다. 그거 하느라 젊은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당 주류가 ‘비주류 끌어안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시를 찾은 김기현 대표와 회동했지만 윤핵관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사무총장의 총선 승선론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배에 구멍 낸다, 배에서 승선 못시킨다’는 식으로 가면 밥을 (같이) 먹는다고 해도 실질적 화합이 이뤄질 수 있겠나”라고 반발심을 표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세력이 원내는 물론 당직에서도 전면 배제돼 있어 공천 등 향후 정치 행보를 가를 주요 이벤트에서 힘쓰기가 어려워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8 전당대회 후 4개월 남짓 순천 생활을 마친 뒤 최근 상경해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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