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전범 끝까지 찾아내는 독일···98세 나치 강제수용소 경비병 기소

선명수 기자 2023. 9. 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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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학살과 강제노동, 생체실험 등이 자행된 나치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 입구 전경. AFP연합뉴스

독일 검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3300명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던 98세의 전직 경비대원을 재판에 넘겼다.

도이체벨레(DW)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검찰은 1943~1945년 베를린 외곽 브란덴부르크의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근무했던 98세 남성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남성을 “수천명의 수감자를 잔인하고 교활하게 살해하는 데 일조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나치친위대(SS) 경비대 소속으로 근무하던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소년법정에 회부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남성에 대한 정신 감정을 진행한 결과 그가 고령임에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1936년 문을 연 작센하우젠 수용소에는 1945년까지 유대인과 집시, 성소수자 등 20만명 이상이 강제수용됐으며 강제노동과 생체실험, 질병과 학살 등으로 수용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부터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집단 학살에 가담·방조했던 고령의 전범들을 찾아내 재판에 넘기고 있다. 2011년 이전에는 학살이나 고문에 참여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만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이 남성처럼 수용소에서 근무하며 학살을 ‘지원’하거나 ‘방조’한 것만으로는 죄를 묻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독일 법원이 강제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존 뎀야누크(당시 91세)에게 ‘살인 조력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직접적인 살인죄의 증거가 없더라도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한 것으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때를 놓친 전범 수사가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고인들이 워낙 고령이기 때문에 형기를 모두 채우기도 어려울 뿐더러,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재판 중 사망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학살과 강제노동, 생체실험 등이 자행된 나치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 전경. AFP연합뉴스

지난해 독일 법원은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일했던 요제프 쉬츠(당시 101세)에게 대량 학살을 도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사망했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최고령 전범’으로 불렸지만 재판 내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지난해 말에는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SS 사령관의 비서 겸 속기사로 일했던 97세 여성 이름가르트 푸흐너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살인 방조죄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푸흐너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양로원에서 도주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야 학살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등 책임을 부인해왔지만, 결국 법정에서 “당시 슈투트호프에 있었던 것을 후회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독일 패전 78년이 흐른 상황에서 전범·부역자 수사 자체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홀로코스트 희생자 단체들은 “정의에는 유효 기간이 없다”며 이들에 대한 단죄를 촉구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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