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④남편 죽고 홀로 견딘 노숙생활…“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싶습니다”

김경희 기자 2023. 9. 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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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한 원룸에서 박상순씨(여·60)가 힘겹게 기대 앉아 대한적십자사 봉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언제쯤 한 끼라도 제대로 먹으며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지난해 남편의 사망 이후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겨버린 박상순씨(여·60)는 수원의 한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공공 화장실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박씨는 매일 홀로 남겨진 자신을 원망하며,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그런 박씨에게 최근 행정복지센터가 손을 내밀어 작은 원룸 보금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이미 박씨의 건강은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상황.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던 박씨가 병원에 갔을 땐 이미 스트레스와 당뇨로 앞니 2개를 제외한 모든 치아가 빠져버렸고, 치아가 빠지면서 턱이 돌아가고 풍이 심해지는 등 심각한 안면 비대칭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박상순씨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음식을 씹을 수 없어 행정복지센터에서 준 두유와 누룽지로 끼니를 때우는 박씨는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으로 매일 21가지 약을 먹어야 한다. 약 속에 든 신경안정제 때문에 종일 누워 생활하는 박씨에게 타인과의 소통이라곤 집 건너편 호프집에서 새벽까지 들려오는 대화소리를 듣는 것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월 대상포진에 걸려 벽을 짚은 채 기어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조차 없게 됐고, 지금은 복수가 차올라 숨 쉬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박씨가 건강을 되찾으려면 틀니 지원을 통해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는 게 필요하지만, 현행 건강보험공단 지원 제도상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박씨는 지원 대상에 들지 못했다. 행정복지센터 담당 공무원도 박씨의 상태를 걱정해 백방으로 지원 방법을 찾고 있지만, 5년은 더 이렇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지금 몸 상태로 박씨가 5년을 더 기다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박씨가 하루빨리 틀니 치료를 받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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