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목할 진전"…러 1차 방어선 뚫은 우크라, 대반격 이룰까

김하늬 기자 2023. 9. 3. 16: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점령중인 자포리자 주 인근 '1차 방어선' 돌파…로이터 "아직 주요 거점 탈환 못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발발한 지 556일째인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의 1차 주력 방어선 돌파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린다. 이번 진격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 공격을 잇따라 막았다면서 공격도 취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남동부 지역 러시아군 주 방어선을 야금야금 침투해 틈을 비집은 뒤 기갑부대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1차 저지선을 뚫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시도했던 '대반격'이 성과를 내며 전쟁의 중요한 전환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외신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동남쪽,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자포리자 주 근처에 지뢰밭을 쌓고 공고히 막고 있던 러시아의 첫 번째 방어선을 뚫은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으로 "모든 것과 누가 뭐라고 말하든 우리는 진격하고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 군을 지휘하고 있는 올렉산드르 타르나브스키 장군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몇 주 동안의 힘든 지뢰 제거 작업을 끝에 자포리자 근처 러시아의 첫 번째 방어선을 결정적으로 돌파했다"며 "(첫 번째 방어선보다) 취약한 두 번째 방어선을 압박하면서 더 빠르게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72시간 자포리자 지역 인근 남부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고, 러시아의 2차 방어선을 상대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앞선 1일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 채널로 "남부지역 핵심 요충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를 수복했다"며 로보티네의 공식 해방을 발표한 바 있다. 로보티네는 러시아군이 크름반도까지 이어지는 철도 및 물류 요충지로 삼은 토크마크 지역에서 불과 30㎞ 거리에 있는 도시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크름대교(케르치 해협 대교) 일부가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부분 폭파돼 도로 상판이 붕괴된 모습. /로이터=뉴스1

CNN은 로보티네를 장악한 우크라이나군이 추가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타르나브스키 장군은 "로보티네에서 동쪽(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15㎞ 떨어진 베르보베 마을 공략을 박차고 있다"며 "이 지역은 러시아군이 지뢰밭, 참호, 대전차 장애물과 포격 등으로 견고하게 구축한 주요 방어선인데, 우크라이나 군이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이어 "러시아가 첫 번째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자원의 60%를 투입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어선에는 각각 20%만 투입했다"면서 추가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3개월간 진행한 대반격이 동남쪽 아조우해까지 이어질 경우, 현재 20%에 달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지를 양분하고 일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보티네 수복으로 1차 방어선을 뚫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군이 토크마크로까지 진격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 북부에서 돈바스에 이르는 러시아 점령지의 반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서방 국가들도 이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훈련과 각종 중장비를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군이 주 보급로로 쓰고 있는 M14 고속도로가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로보티네와 베르보베에서 약 80km 거리인데, 조금 더 진격하면 보급로를 차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크라이나군은 사거리가 80km에 달하는 미제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와 M270 이동식 로켓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포대가 러시아군의 포격 사거리를 벗어나 M14 고속도로를 공격하려면 우크라이나군이 몇 km 더 진격해야 한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뜻대로 진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로이터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이후 아직까지 주요 거점을 탈환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방부는 2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쿠피안스크 인근 진격과 남부 우크라이나군 공세 격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우크라이나 병력을 둘로 분할할 위험이 있다고 썼다.

러시아 국방부는 1일과 2일 크름대교를 공격하려던 우크라이나의 무인 보트 총 3대를 파괴했다고 했다. 3일에도 크름대교는 일시 통행이 중단됐는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는 2일 국경 부근의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3일 오전 러시아군은 서남부 해안 지역인 오데사에 다뉴브강 항만 기반시설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한편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진격에서 미국이 지원한 집속탄이 이번 작전에서 상당한 효과를 냈다고 현지 군인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개활지를 이동해 후퇴하거나 신규 충원되는 러시아군 병력을 집속탄으로 공격하는 한편, 최전선 병력은 모터사이클이나 픽업트럭, 산악용 차량을 활용해 러시아 군의 집중 포격을 피하는 전략을 썼다. 밤에는 보병 부대를 출동시켜 미터 단위로 이동하면서 지뢰를 제거하고, 참호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외곽부터 장악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에 러시아군의 반격에 큰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술을 바꿔 소규모 보병부대를 투입하면서 진격 속도가 크게 지체됐다. 이로 인해 서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략, 전술을 놓고 이면 갈등이 빚어졌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군의 진전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