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효과 더 키우자 해외 갤러리 개관 잇따르고 지점 못 낸 곳들은 ‘팝업’전 열어
스윗스팟(sweet spot)이란 배트로 공을 치기에 가장 효율적인 곳, 최적의 상황을 뜻합니다. 화랑과 미술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 시기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전시를 효율적인 동선 위주로 안내합니다. 종종 전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맛집이나 카페 공간 정보도 곁들입니다. 참고로 매일경제 사이트에서 기사가 먼저 뜬다는 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로 두 번째 맞이하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기간에 맞춰 서울 전역에서 미술 관련 전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도 해외 주요 갤러리들이 이때 맞춰서 한국에 진출하고 갤러리 개관전을 여는 추세네요.
영국계 화이트큐브와 일본계 화이트스톤이 대표 주자입니다. 페로탕이 작년 이맘때 도산공원 인근에 서울 2호점을 열었듯 포르투갈계 실력파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강남에 이어 2호 전시장 덕수궁점을 엽니다. 일본 건축 거장 구마 겐코가 설계한 공간 등 새로운 건축도 보고 미술 컬렉터들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내놓는 알짜 작가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티켓은 더 올라서 하루권이 8만원, 프리뷰권이 25만원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니 미술 애호가들은 주요 갤러리 전시장에서 무료로 현대미술의 정수를 영접할 기회입니다. 다만 전시는 무료라도 예매해야 가는 경우가 많으니 서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도산공원 화랑가는 확장중 yBa키운 영국계 화이트큐브 호림아트센터 서울점 개관
우선 영국계 화이트 큐브가 강남 (도산대로 45길 6) 호림아트센터 1층에 면적 300㎡ 규모로 전시장을 열며 서울에 본격 진출합니다. 9월 5일 시작애 12월 21일까지 여는 개관전에서는 ‘영혼의 형상’이라는 제목의 그룹전으로 전속 작가 트레이시 에민은 물론 루이스 지오바넬리와 이진주 등 젊은 작가들을 함께 소개합니다. 30년 전 미술상 제이 조플링이 런던에서 설립한 이 갤러리는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데이미언 허스트 등 영국의 젊은 미술가들 그룹 yBa(young British artists)작가들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도산공원 인근에는 프랑스계 페로탕갤러리 도산파크도 있죠. 작년 프리즈때 솔로부스로 선보였던 뉴욕과 바하마 기반 작가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개인전 ‘Do and Be’가 9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리네요. 올해는 자화상 연작을 새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그 바로 건너편에는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 매장의 지하 전시장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중견 작가 박미나(50)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가 환상적인 공간 감각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10월 8일까지죠. 아 근처 프랑스계 오페라갤러리도 있네요. 이곳은 강렬한 색채와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가 카렐 아펠과 니키 드 생팔 2인전을 9월 6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고 대표작들을 국내에 선보인답니다.
강북은 역사·지역성 살린 공간 차별화 일본계 화이트스톤 진출 그룹전 남산 변 구마 겐코 건물로 눈길
강북으로 넘어가면 고유의 장소성을 살린 새로운 갤러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국내에 흔치 않은 일본 갤러리로 화이트스톤이 남산 옛 힐튼호텔과 백범광장 인근(용산구 소월로 70)에 개관합니다. 1967년 일본에서 출발한 이 갤러리는 최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 진출하며 총 7개 지점을 아시아에 냈지요. 지속가능성을 탐구해온 일본의 대표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해 자연친화적 소재인 나무를 사용했고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외관이 독특하다. 갤러리는 지하 1층~지상 4층, 총 700㎡ 규모다. 이 갤러리는 개관을 기념해 동아시아 전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전 ‘We Love Korea’를 9월 2일부터 연다. 또 개관을 알리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미륵광장에서 개관전 참여작가인 미와 코마츠가 라이브 페인팅을 시연할 예정이다.
포르투갈 실력파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 창의적 한식 콩두와 손잡고 강남 이어 덕수궁 인근에 2호점
포르투갈계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sira)도 한국 기반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고 론디노네, 안토니 곰리, 안젤름 키퍼 등 유명 작가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포르투갈의 대표 화상 마리오 스퀘이라의 2세인 두아르트 스퀘이라가 자기 이름을 걸고 2019년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설립했지요. 줄리안 오피를 전속으로 두면서 재능있는 신진 작가들 발굴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9월 강남 도산대로 54길27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건물 2층에 서울점을 처음 연데 이어서 9월부터 덕수궁 인근 한식당 콩두가 있던 자리의 신축 건물의 지하층 문화복합공간 ‘스페이스 소포라’ 안에 약 200㎡ 규모를 추가합니다. 1970년생 미국 작가 피터 슐워스 개인전 ‘Displacement Map’을 9월 5일부터 10월 29일까지 펼칠 예정이랍니다. 컴퓨터 생성 이미지 등을 활용하는 작가는 점점 더 추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시대에 만들어지는 정체성 구축방식과 불안정성을 보여줍니다. 창의적인 한식을 선도했던 콩두와 파트너로 여는 데다가 과거 400년 전 인수대비의 집무실(정덕원)과 한국 최초 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이 자리했던 지역성이 더해져 기대를 모읍니다. 인근 구세군회관 옆에 두손갤러리도 터를 잡고 이 기간 백남준 전시를 열어 한참 소외됐던 역사지구가 화랑가로 활기 띠는 분위기네요.
‘에디 마르티네즈’ 키운 뉴욕 화랑 미첼이네스앤나쉬 청담동 지갤러리 협업 3인전
뉴욕 미첼이네스는 청담동(삼성로 748) 지갤러리와 손잡고 협업 전시 ‘physical spiritual gesture’를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엽니다.
1997년 소더비 현대미술 담당 출신인 루시와 데이비드 부부가 각자의 성을 따서 설립한 이 갤러리는 추상표현주의와 그라피티를 결합한 화풍으로 인기인 1977년생 화가 에디 마르티네즈를 키운 화랑으로 유명하지요. 마르티네즈처럼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통하는 미국 화가 제라시모스 플로라토스, 켈티 페리스, 크리스 요한슨의 신작을 함께 선보입니다. 켈티 페리스는 퀼트 같은 패턴 이미지 위에 풍부한 색채그림으로 유명하고 국내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소장된 작가입니다. 제라시모스 플로라토스는 현대 도시 생활의 신체적, 정서적 경험을 바탕으로 물질적 몸과 심리적 몸의 관계를 선과 형태, 재현과 추상 등으로 탐구하죠. 크리스 요한슨은 버려진 물수건과 옷가지, 자연적 안료로 무상함이나 유동성, 존재의 덧없는 본질에 대한 고찰을 소용돌이치는 비정형적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인근에는 지난해 4월 개관한 뉴욕 기반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이 기간 한국에서 인기가 뜨거운 96세 거장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을 펼칩니다. 검은 바탕 위에 클로즈업된 꽃의 형상을 극적이면서 미니멀하게 표현한 최신작을 주로 소개한답니다.
서울 진출 못 한 해외 갤러리 프리즈 기간 팝업 전시도 줄줄이 한남동 화랑가에 스푸르스 마거스 떴다
한남동 화랑가에도 역시나 팝업 전시가 추가됐네요. 독일계 갤러리 스푸르스 마거스(Spruth Magers)가 이 기간 한남동 스타벅스 리저브 건물(마이플레저 빌딩) 3층에서 팝업 전시를 엽니다. 기간은 8월 31일부터 9월 14일까지죠.
1983년 독일 쾰른에서 시작해 런던, 뉴욕, LA 등에 진출한 이 갤러리는 조지 콘도와 안드레아 거스키, 제니 홀저, 바바라 크루거 등 쟁쟁한 작가군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프리즈 기간에 맞춘 갤러리 자체 기획 전시 ‘Mondi Possibili(가능한 세계들)’는 예술과 디자인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기획으로 1989년 쾰른에서 처음 선보이고 올해 4번째라네요. 집 등 일상공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이 기묘하고 흥미로운 형태로 변모하는 양상을 바바라 크루거의 러그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답니다.
바로 옆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도 9월 5일부터 7일까지 크리스티 팝업을 굵고 짧게 엽니다.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장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 강력한 2인전입니다. 전시작은 10여점뿐이지만 전체 가격이 1억5000만달러(2000억원) 넘는다지요. 바스키아의 1982년작으로 2021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를 통해 약 472억원에 팔린 ‘전사(Warrior)’와 앤디 워홀의 상징 같은 ‘자화상(Self-Portrait)’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생전에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죠. 관람은 무료지만 현대카드 앱이나 크리스티 페이지에서 예약해야 입장됩니다.
이 근처 미국계 페이스갤러리에서는 인기 많은 일본 네오팝 주자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 ‘Ceramic Works’를 9월 5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엽니다. 2005년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개인전으로 도자기 140점과 드로잉 30점을 선보입니다. 이 밖에도 작가의 사유와 감정을 표현할 설치와 개인 소장품도 함께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살짝 거리는 있지만 길 건너 옥수동 방면으로 가다 보면 타데우스 로팍도 9월부터 한남동 갤러리 전시장을 확장하고 요셉 보이스와 도널드 저드 2인전(9월 4일~10월 20일)을 엽니다. 개념미술가인 요셉 보이스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 집중 조명한답니다.
삼청동 화랑가 겨냥해 영국계 리슨 갤러리 북촌서 전시 프리즈 출품 전속 작가 대거 홍보
삼청동 화랑가에서도 영국계 갤러리 리슨이 팝업 전시를 엽니다. 1967년 니콜라스 록스데일이 설립해 리처드 롱과 도널드 저드 등 미니멀리즘 작가와 줄리안 오피, 아니쉬 카푸어 등 조각가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과 함께 성장한 곳이죠. 서울 북촌의 이음 더 플레이스(서울 종로구 북촌로5나길 30)에서 9월 2일부터 9월 10일까지 여는 ‘Time Curve’전이죠. 아이 웨이웨이와 라이언 갠더, 쉬라제 후쉬아리, 로르 프루보, 션 스컬리 등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를 나란히 소개하죠. 우리가 시간에 부여하는 가치, 시간의 흐름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보여줄 예정이랍니다. 멋들어진 한옥 덕에 전시 매력이 배가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