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며 소리·빛 느끼세요…건축은 공간의 예술"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참가
송현동 스위스관 구조물 총괄
다양한 색깔 목재 울림통에
전자음악이 진동하며 공명
"건축은 단지 외형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공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감각적 건축가'로 유명한 리카르도 블루머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USI) 교수(64)는 건축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발언부터 했다.
그는 1일 개막한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무대인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스위스파빌리온을 총괄했다. 주제관 '하늘소' 옆에 알록달록 원색이 가득한 그의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사운드 오브 아키텍쳐'는 6개 국가관 중에서도 유독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태생인 그는 밀라노공과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일했다. 보타와 페터 춤토어 등과 함께 스위스건축학교 USI에서 2013년부터 교수로 일하고 있다.
블루머 교수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에서 영감을 받아 기본 아이디어를 구상한 후 지난해 2학기 학생들에게 구조 설계 등을 지도하고, 함께 방한해 송현동 일대와 서울 곳곳을 둘러보면서 실제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 건축사무소 스토커리를 운영하는 USI 동문인 이동준 소장도 함께 도왔다.
두 번째 방한에서 틈틈이 서울 곳곳을 돌아봤다는 그는 "서울처럼 현대적인 도시 한가운데 이 같은 녹지 공간은 꼭 필요하다"며 "미래에도 잠깐 머물며 휴식과 여정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남아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위스관 작품에 대해서 "조형물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시각·청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서 다채로운 형태와 공명하는 음악적 파노라마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가는 벽이나 문,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감각적 요소를 통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학생 23명이 각자 크기의 제약 속에서도 색과 형태를 개성 있게 디자인한 목재 울림통들을 나란히 배열해 단일한 전체 시스템을 구성한다.
관람객은 이 설치물을 관통해 천천히 걸으며 오묘한 소리와 빛의 변화를 체험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하면 구조물의 다채로운 기하학적 형태는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햇빛도 발견하게 된다. 루가노음악원의 나디르 바세나 학장이 구조물마다 주파수를 맞춰가며 작곡한 전자음악이 흐르면 나무 지지대 표면이 진동하며 단계마다 소리가 개성 있게 공명한다.
블루머 교수는 평소 건축이 삶과 사회성을 검증한다는 신념에 기반해 예술과 건축적 실험을 다채롭게 펼쳐왔다. 2018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보이지 않는 건축'이 대표적이다. 당시 비누거품을 쏘아 투명하면서 연약한 벽을 형성하고, 작은 탑처럼 나무 블록으로 구성한 바닥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설치물은 뜨거운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치니셀로 발사모의 하얀색 솔방울 형상이 독특한 '오피스 타워'(1995)도 그의 작품이다.
또 건축·디자인 분야의 참신한 재료와 기술 탐색 등 혁신적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라레게라 체어'(1992)는 단순미가 돋보이는 단단한 목재 의자 같지만, 얇은 오동나무를 쓰면서 내부를 비워 손가락으로 들 정도로 아주 가볍다. 1998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인 황금콤파스상도 받았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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