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레드바이오' 속도 … 2030년까지 신약 5개 목표
축적해온 생물자원 기반으로
장비·인력 집적해 거점 조성
흑돼지 연구센터와 제주大
장기이식·치매치료제 개발
레드바이오는 혈액의 붉은색을 딴 명칭으로, 신약 개발, 진단 시약, 줄기세포 등 보건·의학 분야 응용 산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바이오 분야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7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5080억달러(약 682조원)로 예상돼 바이오 선진국 간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정부에서도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개발해 의약품 수출을 160억달러(약 21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제주도는 현재 제주가 레드바이오산업 추진을 하는 데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단 점을 인정한다.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고도화 장비와 박사 학위 이상의 연구개발·의료인력을 대거 투입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제주도가 2030년까지 신약·의약품 5개를 개발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은 16년 동안 축적해온 '생물자원' 때문이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제주에서 구축된 생물자원은 생물종 3055종·추출물 892종·유전체 767종·기능성 소재 개발 95건·특허 124건에 이른다.
부족한 장비와 인력은 '집적'을 통한 속도전 형식으로 전개된다. 파격적인 육성·지원 정책을 기반으로 기업을 유치한 뒤 제주대 의대, 약대, 수의대와 레드바이오 관련 연구기관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제주도는 벤처기업 육성법에 명시된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과 제주특별법에 따른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적극 활용해 기업 육성과 유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집적시설과 투자지구로 지정되면 △국유재산·공유재산의 임대 및 매각 특례 △개발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 면제 △부동산 취득세·재산세 경감 혜택이 따라온다.
실제 지난 7월 20일 민간 기업이 1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하고 있는 '제주 재래흑돼지 유전자원 연구센터'에 대한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이 이뤄진 바 있다.
아울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주도하는 제2첨단과학기술단지에 바이오산업 거점을 조성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올해부터 5년 동안 진행되는 '2기 지역혁신클러스터 육성사업'에 레드바이오 산업을 포함해 연구개발 65억원, 인력 양성 및 사업화 지원에 2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기대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장기이식과 치매 치료제 개발이다. 앞서 언급한 제주 재래흑돼지 유전자원 연구센터 등 이종(異種)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재와 정보를 토대로 생체원료와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제주도는 민간기업의 의료 연구용 면역결핍 돼지(무균돼지) 사육시설 구축을 지원해 산업의 초석을 마련할 예정이다. 돼지는 심장과 신장, 췌장 등 장기의 크기는 물론, 해부학·생리학적으로 인간과 비슷하다.
제주도는 바이러스를 비롯한 어떠한 세균에도 감염되지 않은 상태의 무균돼지를 이용해 장기 이식을 위한 생체원료 제품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내년 6월까지 무균돼지 양산 체계를 구축한 뒤 인체조직 생체원료와 이종 장기 연구개발 등 산업화 가능성을 점친다. 쉽게 말하면 무균돼지를 양산해 생체원료 및 이종 장기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외부 연구시설에도 무균돼지를 판매하는 '이원화'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치매 치료제는 제주대가 중심을 맡는다. 제주대는 2019년 6월 줄기세포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인간 치매 유발 유전자가 발현되는 복제돼지를 생산해 미국에서 특허까지 등록한 바 있다. 치매 발현 복제돼지 양산에는 제주대와 축산진흥원, 줄기세포 전문기업 '미래셀바이오' 등이 참여한다. 무균돼지처럼 단기적으로는 치매 발현 복제돼지를 양산·판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복제돼지를 이용해 치매 원인 연구와 치매 치료 신약 소재 개발에 나선다.
김창세 혁신산업국장은 "레드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선도기업 유치 등 초기 생태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파격적인 육성·지원 정책으로 기업을 유치한 뒤 산·학·연·관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혁신성장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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