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바이오 이끄는 제주 … 연구개발·상품화 '천연물 허브'로

송은범(song.eunbum@mk.co.kr) 2023. 9.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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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열린 세계 3대 미용박람회 중 하나인 '2023 코스모프로프 월드와이드 볼로냐'에서 제주화장품을 홍보하는 모습. 제주도

생물자원을 활용해 식품·화장품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는 제주도가 이미 선도하는 분야다. 풍부한 생물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 개발은 물론, 생산부터 시험·인증에 이르는 기반이 모두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7년 개관한 제주테크노파크(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16년 동안 구축한 제주 생물자원 3055종과 추출물 892종 데이터베이스는 업체에 제품 개발을 위한 영감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2005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제주 화장품 공장'을 운영해 업체들이 '생산' 걱정 없이 제품 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제주TP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공장은 도내 화장품 기업 제품을 연평균 90여 개 위탁생산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CGMP' 인증과 국제표준화 규격 인증 ISO-22716을 연속해서 취득하는 등 시설 품질 경쟁력도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TP 바이오융합센터는 올해 초 제주에서 처음으로 국가 지정 화장품 시험·검사 기관으로 지정돼 국가 안전관리 기준에 따른 중금속 등 유해물질 검사와 기능성 화장품 성분 함량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2016년 4월부터 제주화장품인증제도를 시행해 제주 화장품의 우수성과 신뢰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화장품인증제도는 △제주산 원물을 사용한 원료 함량 10% 이상 함유 △제주 물을 이용한 정제수 사용 △전 공정이 제주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제주도지사가 증명해주는 제도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 화장품 분야는 전 세계가 신뢰성과 상품성을 인정하는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먼저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연구개발한 흑오미자 줄기와 갈색대마디말, 모시풀 잎, 때죽나무 잎 추출물 등 총 18개 화장품 원료가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이름을 올렸다. 수출용 화장품은 ICID에 반드시 등재돼야 한다.

또 올해 3월 열린 세계 3대 미용 박람회 중 하나인 '2023 코스모프로프 월드와이드 볼로냐'에 제주 화장품 인증을 받은 4개사가 참가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 7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제주 화장품 인증에 대한 독점 계약과 유통 전략을 추진하는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먹거리 분야는 건강기능식품을 위주로 육성되고 있다.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수집한 생물자원의 인체 효능을 검증한 뒤 상품화를 원하는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현재 제품으로 출시된 상품에는 △관절 영양제(까마귀쪽나무 열매) △자연발효식초(청보리) △수제 캐러멜(당근) △치약(초피나무) 등이 있다.

여기에 제주TP는 도내 식품바이오 기업 4곳에 건강기능식품 제형 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 지역의 대표 원료인 양배추, 말뼈 추출물, 알로에, 약용작물 등을 활용해 정제, 캡슐, 분말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제주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에 세워진 청정 기능성 식품 공장. 제주도

다양한 지원 사업은 '청정 기능성 식품 공장'에서 이뤄진다. 식품 공장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GMP(우수제조관리기준)를 충족할 정도로 고도화된 식품 위생과 안전한 제조 관리 기능을 확보했다.

이제 제주도는 수십 년 동안 구축한 기반을 바탕으로 그린바이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꿈꾸고 있다. 원물·자원 연구개발부터 소재·완제품 생산, 마케팅·판로 확대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제주도는 '대한민국 천연물 소재 허브'를 조성하고 제주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이룬 '생물자원 발굴·연구와 제품 개발' 성과를 민간기업에 이전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그동안 쌓아 올린 제주 생물자원의 정보와 기능, 소재 개발 기술 등을 '미끼'로 국내외 그린바이오 기업을 제주로 대거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제주도는 허브 구축에 필요한 예산 3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천연물 소재 전주기 표준화 허브 구축 사업' 유치를 노리고 있다.

아울러 제주도는 규모가 영세해 제품 개발과 판매·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도내 바이오 기업이 (주)대동, 유한건강생활, (주)아모레퍼시픽그룹 등 대·중견기업과 협업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화와 웰니스 문화 확산, 반려동물 시장 성장에 발맞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화장품과 식품에 쏠린 시선을 건강기능식품, 동물용 의약품, 반려동물 사료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연 4만t이나 발생하는 감귤박(주스 생산 후 남은 찌꺼기)으로 개발된 양돈 사료의 경우 돼지의 평균 체중을 늘리고 육질 등급을 우수하게 만드는 효과가 입증돼 제품화를 앞두고 있다.

문경삼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산업화 기반 시설에 혁신 기술을 접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마케팅과 판로를 확대해 제주도가 그린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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