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자원 가득한 제주 …'바이오 聖地'로 뜬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최적지로 떠올라
道, 산학연관 아우른 육성전략 발표
"2030년 시장 규모 1조3000억 목표
알짜기업 키우고 의약품 개발 박차"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에 생존하는 모든 '생물종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칭하는 용어다.
이 용어는 원래 '자연의 다양성(natural diversity)'이나 '생물학적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으로 쓰이다가 1988년 당시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에드워드 윌슨 박사가 이를 간단하게 줄인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책을 내면서 널리 퍼졌다.
2002년 유네스코(UNESCO)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섬 전체가 보호되고 있는 제주는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바다에서 시작해 오름, 곶자왈,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후대와 생태계가 존재하면서 좁은 면적에 비해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제주 지역 생물종은 곤충 3705종, 관속식물 2264종, 척추동물 1146종, 미생물 1002종, 균류 751종, 해조류 702종 등 총 9570종에 이른다.
제주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은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생물다양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바이오산업'의 최적지로 떠오른 것이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존에 구축된 바이오산업 기반을 다양화·고도화하기 위한 '바이오산업 육성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20여 년간 '관(官) 주도'로 진행된 바이오 관련 정책을 '산·학·연·관'이 모두 함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육성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제주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 1조3000억원으로 확대 △매출 300억원 이상 바이오기업 20개 육성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의약품 소재 5건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분야별 3대 핵심 과제로는 △청정자원을 활용한 그린 바이오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강화 △천연물 신약 소재를 개발하는 레드 바이오산업 개척 △용암 해수 등 제주 특화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해양 바이오산업 육성이 꼽혔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대학 및 기업과 연계한 산학 융합형 인재 양성과 함께 앵커 기업과 연구원, 도민이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3개 연구기관과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주)대동 등 9개 선도·벤처기업, 도내 바이오기업을 대표하는 3개 기업협회(바이오 기업·화장품 기업·화장품 인증 기업) 등과 '바이오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제주도는 먼저 '특화 20대 전략소재'를 선정하기로 했다. 20대 전략소재는 기능성 평가와 유효물질 확보, 대량생산 연구를 거쳐 화장품과 기능성 식품, 신약·의약품 소재로 개발된다. 이후에는 기업과 공동연구 및 제품화에 나설 예정이다.
어떤 정책이든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예산 확보'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생물자원 채집부터, 추출, 여과·농축, 기능성 탐색, 임상시험, 안정성 평가, 인체실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상품화까지 모든 과정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했다는 이점을 내세워 그동안 국가 공모사업을 다수 따냈다. 향후에도 제주도는 대규모 예산 소요가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국가 공모사업을 유치하거나 기업 투자로 정책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제주도가 노리는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천연물 소재 표준화 허브 구축사업(국비 150억원) △해수부 해양 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 계획 및 연구개발 지원사업(국비 420억원) 등이다. 기업 중에서는 현재 생명공학기업 (주)크로넥스가 '제주흑돼지 유전자원연구센터' 신축을 위해 1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아울러 올해 제주도가 선정된 교육부의 '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국비 1500억원·지방비 645억원)으로 바이오 연구개발이나 기업에 필요한 산학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바이오산업은 제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부가가치와 시장 창출로 성장 잠재력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며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 쉬는 청정 제주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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