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는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 한도’ 13% 위법 확인

2023. 9. 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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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노조 있는 1000명 이상 사업장 480곳 조사
양대 노총, 강력 반발…“편향적 설문 결과로 노조 흠집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유급 전임자를 얼마나 둘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5월 31일부터 3개월간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 중 노조가 있는 480곳의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용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 13.1%(63곳)의 위법·부당 사례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근로시간면제는 노사 교섭, 사내 노동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노조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유급 전임자를 둘 수 있다.

노조 규모가 클수록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높아져 유급 전임자 수도 늘어난다.

노조 조합원이 99명 이하면 연간 최대 2000시간, 100~199명은 3000시간, 200~299명은 4000시간의 근로 시간이 면제된다. 조합원이 1만~1만4999명이면 연간 최대 2만8000시간, 1만5000명 이상이면 3만6000시간의 근로 시간이 면제된다.

통상적으로 2000시간은 노조 전임자 1명의 연간 근로 시간으로 간주한다. 한 사업장의 최대한도 인원은 48명이다.

노동부의 이번 조사 결과 480곳의 근로 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사업장 평균 8명, 최고 315명), 연간 면제 시간은 총 450여만 시간(사업장 평균 9387시간, 최고 6만3948시간)으로 나타났다.

풀타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 총액은 112여 억원(1인당 평균 637만6000원, 최고 1400만원)으로 조사됐다.

노사가 법을 위반해 운영하는 사례들도 확인됐다.

63곳은 한도를 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38곳이 인원, 43곳이 시간을 넘겼다. 18곳은 인원·시간 한도를 모두 초과했다. 법상 허용되는 면제 시간(11명분에 해당하는 2만2000시간)을 약 2.9배 초과해 6만3948시간 운영한 사업장도 확인됐다.

한 지방 공기업은 조합원 수가 1만4000명으로 최대 면제 한도 인원이 32명이지만, 실제로는 315명을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측이 무급 노조 전임자 또는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원한 사업장은 9곳으로 파악됐다.

면제자에게만 특별 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곳, 면제자에게 면제 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 80곳 등 위법 소지가 있어 세부 점검이 필요한 사례도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 부문을 포함해 법 위반 의심 사업장 약 200곳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근로감독을 확대해 상시 점검·감독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 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 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노동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조사 목적 자체가 노조를 흠집내고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원칙에 따르면 근로시간면제 제도나 노조 전임 활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정부의 개입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노동부가 문제 없이 집행돼 온 국고지원금 등을 중단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를 옥죄는 것이야말로 노조의 자주성과 노사 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 행위”라며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말살 정책에 맞서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편향적인 질문에 애초 객관적 실태를 확인할 수 없는 조사 문항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 운영의 위법성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노조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정부 속내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편향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시적인 근로감독에 나서겠다니, 그 방향이 노조 활동 통제에 맞춰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노조 공격용 행정으로 정부가 얻을 것은 사업장 민주주의 후퇴와 노동자 권리 후퇴"라고 지적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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