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 대폭 확대했지만…인력수급 넘는 이민정책은 과제

조준영 기자, 김도균 기자, 김지성 기자, 정경훈 기자 2023. 9. 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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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방인들이 온다] ⑦
[편집자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지난달 28일 충북 증평군 주최, 증평군여성단체협의회 주관으로 8일 청소년수련관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16회 다문화한마음축제에서 결혼이민자가정의 세계의상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정부가 국내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한도를 기존보다 17배 넘게 확대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방안을 꺼냈지만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맞는 통합적인 이민정책은 아직이다. 이민논의가 외국인 인력수급에 머물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춘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이민 정책의 방향성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정·관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및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외국인력 확대 및 규제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관련 방안에는 단기비자밖에 받을 수 없는 비숙련 노동자가 현재 근무지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장기비자가 가능한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으로 17배 넘게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비수도권 소재 뿌리업종 중견기업과 택배업, 공항 지상조업의 상·하차 직종에 대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력의 고용을 허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의 이 같은 공급확대책을 두고 산업현장에서는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와 별도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훌쩍 넘은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인 유입뿐 아니라 적응·교육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24만5912명으로 전체 인구(5143만여명)의 4.37%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은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2019년 4.87%에서 2021년 3.79%까지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장기 체류 외국인 숫자는 168만8855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75.2%를 차지한다. 장기 체류 외국인은 이민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국내에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통합적인 외국인·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외국인·이민 관련업무는 부처별로 분산된 상황이다. 외국인 정책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에서 담당한다. 출입국과 비자 발급 권한은 법무부에 있다. 다문화 가정 정책은 여성가족부에서, 외국인의 취업은 고용노동부에서 다룬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민정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외국인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을 설립하는 방안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하면서 법무부 소관 '이민청'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입국·이민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 10년 후 인구구조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이후 '외국인 유입 및 이민정책 추진 방향 국민참여단 토론회' '이민청 톺아보기 국회 세미나' 등을 통해 이민청 신설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법무부가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민청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관련 연구용역이 3차례 유찰되는 등의 이유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이민청의 정책 방향 역시 아직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민청 추진 작업으로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시 언론브리핑 △세미나·토론회 등 공론화 작업 21회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 운영 △프랑스·네덜란드·독일 장관 출장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향성을 수립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정지윤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는 국내 이민 유입을 민간이 맡고 있다 보니 브로커가 생기고 인신매매마냥 흘러가고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며 "국제결혼 등으로 외국인이 대거 유입됐지만 다문화 정책 없이 유입만 되니 내국인이 떠나는 역이민 현상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현재 여기저기 부처에서 나눠진 역할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 또는 국회 직속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컨트롤 타워가 세워지고 유입되는 외국인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한편 내국인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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