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中서 ‘홍범도 푸대접’ 비판에 “안중근 전시실 폐쇄하고 도넘는 참견”
“中 안중근 전시실, 윤동주 생가 수리 핑계대며 폐쇄, 中 언론들 독립지사 방치 논할 상황 아냐”
中 환구시보 등 홍 장군 흉상 이전에 “독립투사 푸대접·전범 백선엽 대체한다” 비난
신징바오 “백선엽은 만주국 장교 출신, 2차대전 치면 ‘전쟁범죄자’와 똑같다” 억지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육군사관학교(육사)의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독립투사 푸대접”이라며 우리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하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SNS를 통해 “중국 언론들이 날조와 비방, 허위사실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타국에 대한 도 넘는 참견, 외교관계상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에 유의해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환구시보는 지난달 30일 ‘고의로 항일 독립투사를 홀대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대체 어디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홍범도 논란을 두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달 초 한국 언론 등에서 중국 측이 안중근 뤼순(旅順) 감옥 기념관과 윤동주 유적지를 폐쇄시켰다고 보도했다”며 “중국의 정상적인 보수공사 활동을 한국 언론은 악의적으로 항일 독립투사를 홀대했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박민식 장관의 ‘중국은 속 좁은 소인배’ 발언에 말문이 막혔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정 항일독립투사를 홀대하는 나라는 대체 어디냐”고 반문하며 “한국은 육사 내 항일 장군 홍범도의 흉상은 이전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시기 만주군 출신 친일 백선엽 장군으로 대체한다”고 비판했다. 홍범도 논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시각을 관영언론을 통해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유력 일간지 베이징 신징바오(新京報)도 지난달 31일 ‘한국 국방부, 일본에 아부하기 위해 독립투사 흉상 제거’ 제하 기사에서 역사학자 리엔쉬의 칼럼을 게재하며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일본에 잘 보이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며 “한국 독립공신으로 간주되던 홍범도가 유독 윤석열 정부에서만 평가가 바뀌었다. 독립 영웅 홍범도 흉상을 이전하고 친일 만주국 출신 백선엽으로 대체한다”며 “백선엽은 만주국 장교 출신이라며 2차세계대전으로 치면 ‘전쟁범죄자’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윤석열 정부가 한국 독립 영웅 홍범도 흉상을 만주국 친일 백선엽 장군 흉상으로 교체한다면, 100년 동안 한반도에서 독립 운동을 한 항일 순교자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며 “한국이 반드시 비어있는 역사관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한·중·일 삼각협력 확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학술문제로 포장해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박민식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한민국 보훈 업무에 대한 중국의 훈수를 사양하며 부용치훼(不容置喙·상대방의 간섭을 허용 않는다)라는 표현을 돌려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중국 관영언론들이 대한민국 독립투사들에 대한 중국의 잘못된 대우를 지적했던 저를 콕 집어 ‘말문이 막혔다’고 했는데 , 그 분풀이를 엉뚱하게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에 갖다붙여 ‘누가 항일지사를 고의적으로 방치하느냐’고 도발을 하고 나섰다”며 “누가 더 말문이 막힐 일인지, 이들 중국 언론의 행태에 제가 더 말문이 막힌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지난번 안중근 기념관, 윤동주 생가를 폐쇄한 중국 행태를 점잖게 타이를 때는 반박이나 해명이 없다가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를 핑계로 중국 관영 언론들이 나서 대한민국 보훈부 장관을 직접 저격하는 기사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이어 박 장관은 “홍 장군 흉상 이전은 중국 언론이 그토록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홍범도는 장군 흉상이 더 많은 국민이 찾는 독립기념관으로 오게 되면 대한민국 보훈부 장관인 제가 책임지고 그 격에 맞게 더 영예롭게 빛날 수 있도록 모실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에서 대한민국 독립지사 안중근 전시실과 윤동주 생가를 수리 핑계대며 폐쇄하고 (윤동주 선생을) 중국인으로 만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들 언론의 말들과 전혀 맞지 않는 행동으로, 중국 언론들이 나서서 독립지사 방치를 논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범도는 어떻게 대우하고 백선엽은 어떻게 대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보훈부가 하는 일을 마치 자신들의 정부가 하는 일인 양 훈수를 두고 있는데 이를 사양한다”며 “대한민국이 중국의 내정 간섭을 받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고 주제넘은 일을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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