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킨 검색시장, AI로 한방에 바뀐다는데...해외기업에 뺏기면 어떤 미래가 [더테크웨이브]
AI경쟁 2라운드 돌입 분석
지난 20여 년간 네이버가 검색부터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축적해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한국어에 최적화된 LLM이면서 국내 시장에 맞춰 우리 법과 제도를 모두 이해하고 작동하는 것은 하이퍼클로바X뿐”이라고 강조했죠.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국 검색 시장을 지켜온 네이버 ‘AI혁명’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AI가 검색은 물론 쇼핑,금융,여행 등 네이버가 해자를 쌓아놓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내놓은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AI 선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팀 네이버’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로부터 이번에도 한국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경쟁 2라운드에 접어든 AI시장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상용화하면서 AI 챗봇인 챗GPT와 바드처럼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AI솔루션 시장을 먼저 장악하고 있어요. 이에 대응하는 제3국 기업들의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1,2위 국가(기업)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로 AI시장 판도가 짜여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네이버가 더 늦지 않게 하이퍼클로바X를 출격시킨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한국의 경우 LLM 공개와 함께 챗봇 시장을 선점해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는 빅테크의 ‘사업방정식’을 건너띄고 곧바로 기업을 중심으로 AI버티컬 생태계를 펼쳐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빅테크들은 이미 기업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를 AI에 결합하는 ‘AI 초연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표 주자인 오픈AI와 구글은 AI챗봇 선점효과를 무기로 관련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요.
이들 기업은 △챗봇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사용자 △글로벌 단위의 막대한 데이터 확보 △AI기업으로서의 브랜딩과 신뢰도 구축 △기업 등이 참여하는 AI 앱 생태계 등을 무기로 AI분야 ‘초격차’를 만들어낼 기반을 다지고 있어요.
같은 선점효과를 무기로 AI와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결합돼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접목되는 ‘혁신의 2단계’에서도 우위를 점해 한국, 중국 등 제3국의 반격을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챗GPT를 앞세워 생성형AI 시대 포문을 연 오픈AI의 생태계 확장 전략은 15년 전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애플의 전략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와요.
과거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고 동시에 기기 내에서 구동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한 것 처럼 검증된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들을 끌어들여 AI생태계를 만들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야심이죠.
지난 3월 플러그인 스토어를 연 오픈AI는 철저한 심사를 통해 검증된 기업들만을 파트너로 합류시키고 있어요. 그럼에도 생태계 확장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죠.
챗GPT의 치명적 단점으로 지적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 또한 플러그인 파트너들을 중심으로 한 버티컬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업계에서 “챗GPT는 오픈AI의 브랜딩을 돕고 막대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미끼였고, 진짜는 플러그인 스토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죠.
IT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의 AI 도입이 봇물터지듯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입니다. 기업의 AI도입 움직임은 결국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이유에서죠. 스탠포드 인간중심AI연구소는 올초 보고서에서 “AI를 도입하는 기업의 비율은 정체된 반면,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앞서 나간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5월 50여개에 불과했던 파트너사 규모가 3개월만에 대폭 늘어난 것이죠. 2008년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이 앱스토어를 만든 것처럼 자신들이 만든 AI생태계에 기업들이 올라탈 수 있도록 판을 깔겠다는 복안입니다.
오픈AI에 맞서는 구글도 물밑에서 AI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고 있어요. 다만 오픈AI와 같이 개방된 ‘플러그인 스토어’ 형태가 아닌 구글 클라우드 고객사들과 협업하는 형태죠. 별도 스토어 대신 구글 클라우드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외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앱)을 확장하는 전략입니다.
구글 챗봇 바드에 통합된 어도비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구글은 상위 10대 기술 기업을 비롯해 세계 상위 100대 유니콘 기업의 70%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다만 구글은 회사의 LLM을 활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고객사 수치는 철저히 비공개로 부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 이마트 등이 구글 클라우드의 AI 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구글은 자사 AI기술력을 구글 자체 서비스 뿐 아니라 구글 밖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오픈AI가 상당 부분 선점한 생태계를 다시 빼앗아오겠다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구글은 지난 5월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오픈AI가 협업을 밝힌 주요 파트너사들을 거론하며 이들을 자사 파트너로 삼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특히 구글은 외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앱)에서의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한편 구글은 챗GPT 플러그인 스토어와 같은 앱마켓 출범 가능성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픈AI가 그리는 큰 그림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여러 문제 해결을 자사의 생태계 안에서 인공지능(AI)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가령 챗GPT에 “금요일에 갈 맛집을 추천하고, 토요일에 먹을 음식을 정해서 식재료를 배달시켜줘”라고 요청을 하면 챗GPT가 자동으로 플러그인 생태계에 보유한 오픈테이블(음식점 추천), 울프램(계산), 인스타카트(쇼핑) 등 3개 앱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해답을 찾아내는 식이죠.
챗GPT에 물리는 서비스(앱)이 다양해질수록 초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챗GPT ‘플러그인’을 필두로 ‘AI 앱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오픈AI 구상의 종착점입니다.
애플은 최근 자체 LLM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죠. 블룸버그는 애플이 머신러닝·AI와 관련한 조직을 꾸리고 지난해 말 생성형AI 기반 챗봇 ‘애플GPT(가칭)’을 구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내년 중 AI와 관련해 중대한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와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2일 AI회사 ‘xAI’를 출범시켰습니다. ‘xAI’의 경우 머스크 CEO가 오픈AI와 경쟁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힌 지 불과 3개월 만에 나왔는데, 그만큼 긴박한 경쟁의 속도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됩니다.
일론머스크는 xAI의 첫 행보를 밝히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현재의 AI 개발은 무차별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이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이죠.
이 같은 흐름에 대해 AI분야에 한 관계자는 “초거대 테크 기업들의 경우 보안 이슈 등으로 인프라단(자체 LLM)에 손을 대볼 것이고, 자체 모델을 쓸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에서 자급자족 전략을 펼쳤듯 거대 기업들의 경우 당분간 AI도입에 있어 합종연횡과 자체개발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어요.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의 AI에 대항한 자국 시장 지키기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이용자 숫자 확대 등에 집중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죠.
알리바바가 공개한 LLM은 70억 매개변수를 갖춘 LLM ‘쿠안-7B’(Qwen-7B)와 이를 대화형으로 미세조정한 챗봇 ‘쿠안-7B-챗’(Qwen-7B-Chat)입니다.
징런 저우 알리바바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더 많은 개발자와 중소기업이 생성형 AI의 이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체 LLM 개발과 공개가 늦어진 중국 빅테크의 입장에서 중국어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 확대를 겨냥한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죠.
오픈AI와 구글과 같은 빅테크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인프라가 경쟁 우위이고, 기술 원천인 LLM을 공개할 이유가 없겠죠. 대신 플러그인,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유료 판매하거나 공유하는 방향으로 자사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고요.
반면 오픈소스 진영은 LLM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고, 상업적 활용도 가능하게 허락해요. 상대적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고요.
스타트업, 대기업, 개인에 관계없이 자신의 데이터로 학습시킬 수 있고, 이를 상업적인 용도로 쓸 수 있죠. 자체 LLM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제3국들이 오픈소스에 눈을 돌리는 이유입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에서 만난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의 토마스 돔케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유럽이 오픈소스를 받아들임으로써 승리할 수 있다. 오픈소스는 심의 , 공개 기여, 국경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핵심이고 개방적인 협업을 장려하기 때문에 유럽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말했어요.
구글 등 AI를 보유한 소수의 빅테크의 폐쇄형 모델에 맞서 오픈소스AI를 택하는 전략이야말로 단기간에 빅테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어요.
돔케 CEO는 “기술 업계에서 모든 것이 ‘아이폰vs안드로이드’와 같이 2강 구도로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이 모두 성공할 수 있고, 깃허브를 포함해 폐쇄형 소스를 사용하는 회사도 오픈소스를 수용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죠.
AI 악용 사례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 국가나 기업의 통제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기업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과 책임, 신뢰도에 있어서도 폐쇄형 LLM에 비해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는 “LLM 경쟁력이 약한 국가 입장에서는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도 자체 LLM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투트랙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요.
AI 기반 기술이 없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AI주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빅테크들은 AI 기술에 있어 국가 색채 지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전 세계를 돌며 AI세일즈에 나섰죠.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날 열린 연례 파트너 회의 인스파이어에서 “MS는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AI가 사실상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기술이 없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공식 석상에서 AI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규제 및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오픈AI의 로드맵과 사업 개진 방향성이 ‘미국의 AI 주권’을 공고히 하고, 그 이익이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빅테크는 정부 지원을 받으며 AI주권 지키기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중국 대표 테크기업 바이두는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AI 대화 생성 엔진 ‘플라토3(PLATO-3)’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어니봇(Ernie Bot)’을 내놓았죠.
이밖에도 AI 전문기업 센스타임 등을 비롯해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징둥 등도 오픈AI의 AI챗봇 시장 참전을 선언하며 챗GPT에 대항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고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6월 비바테크에서 “프랑스어로 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앵글로색슨족의 편견을 물려받은 AI모델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구글과 오픈AI 못지 않은 자국 LLM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죠. 실제로 프랑스는 자체 LLM 구축에 5억유로(약 7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자체 AI모델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는 국가의 ‘AI주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요. 특히 AI경쟁이 국가간 패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어 한국AI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익에 직결되는 문제가 됐죠.
자체 AI 모델이 없는 국가는 다른 나라의 AI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소위 ‘외산AI 가두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전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요. 특히 이 시장은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승자 독식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대체적이고요.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동양권에 특화한 AI모델 △한국 기업들에 특화한 생태계 구축 △보유한 킬러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AI버티컬 서비스 등으로 반격을 예고하고 있어요. 독자적 한국형 AI 모델의 경쟁력을 키워 비영어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목표도 세워뒀고요.
데이터와 AI의 초연결이 본격화하면서 AI 대중화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IT강국을 자부해온 한국이 AI시대에도 놀라운 성과를 재현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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