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직원과 남친 카톡 대화 몰래 빼낸 변호사... 징역 6개월 실형

"준법의식 미약… 형사사법 준엄함 일깨워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습 변호사가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몰래 빼낸 변호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지난달 29일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수습 변호사 B씨가 컴퓨터에 설치된 메신저 카카오톡을 로그인한 상태로 잠시 자리를 비우자, B씨가 남자친구와 나눈 3개월 치 대화 내용을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본인 휴대폰으로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내용에는 B씨의 자택 현관문 비밀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의 업무상 비밀 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나눈 사적 대화 내용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이고, 이를 전송한 것은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한 행위"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A씨의 항변에 대해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같은 주장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재판부에 요청해 대화 내용을 열람한 후에야 새롭게 주장했다"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성품 등을 고려하면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물리쳤다.

이어 "재판장의 제지에도 피고인은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에게 인신공격적이고 모욕적 질문을 반복했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면서 "변호사임에도 준법의식이 미약해 형사사법 절차의 준엄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