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 또 해트트릭…손흥민·홀란·퍼거슨이 수놓은 EPL의 멋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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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로 뒤진 전반 16분께 토트넘 홋스퍼의 역습 상황, 오른쪽 후방에서 길게 패스가 넘어왔다.
하프라인에서 출발한 손흥민(31)은 번리 수비수 둘을 앞에 두고 오른발로 공을 낚아챘고, 따라 들어온 마노르 솔로몬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 박스 안 공간을 잘라냈다.
손흥민은 이날 올 시즌 마수걸이 골에 더해 커리어 통산 네 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골 고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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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로 뒤진 전반 16분께 토트넘 홋스퍼의 역습 상황, 오른쪽 후방에서 길게 패스가 넘어왔다. 하프라인에서 출발한 손흥민(31)은 번리 수비수 둘을 앞에 두고 오른발로 공을 낚아챘고, 따라 들어온 마노르 솔로몬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 박스 안 공간을 잘라냈다. 이어 다급하게 달려드는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 머리 위로 오른발 슈팅을 띄웠다. 공은 짧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 그물에 안겼다.
2일(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번리 방문경기 손흥민의 동점골은 이날 ‘쇼타임’의 시작이었다. 72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은 후반 18분, 다시 솔로몬의 컷백 패스를 받아 오른발 추가골, 후반 21분에는 페드로 포로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잡아 왼발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의 5-2 대승 선봉에 섰다. 토트넘은 리그 3연승을 달렸고, ‘캡틴 쏘니’는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여러모로 이 활약의 의미는 깊다. 손흥민은 이날 올 시즌 마수걸이 골에 더해 커리어 통산 네 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골 고지에 올랐다. 그의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는 물론 첼시와 코트디부아르의 전설 디디에 드록바(104골)보다 높다. 리그 역사상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그와 동률인 토트넘 선배 대런 벤트(현 버턴 앨비언)를 포함해 단 30명뿐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하자마자 나온 성과라는 점도 팀의 경사다. 앞선 세 경기와 달리 ‘원톱’ 자리에 출격한 손흥민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없으면 골은 누가 넣지?’라는 의구심에 응답했고, 압박 시도 49회, 스프린트 28회 등을 기록하며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뒤 “손흥민은 우리의 압박을 이끌었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도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같은 시각,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풀럼을 상대로 역시 해트트릭을 몰아쳤다. 전반 31분 팀의 선제골에 도움 패스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린 홀란은 후반 13분, 25분(페널티킥), 94분 연달아 골망을 흔들며 5-1 완승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인 지난 시즌 득점왕(36골)을 차지한 홀란은 4경기를 치른 현재 벌써 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손흥민이 잉글랜드에서 첫 해트트릭을 일군 2020년 9월 이후 기준 네 번의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는 손흥민, 그리고 홀란 뿐이다. 홀란은 두 번째 시즌 초입에 벌써 기록을 썼다. 그는 이날까지 리그 통산 42골9도움(39경기)을 올렸는데,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단 기간에 공격포인트 50개를 넘기는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를 석권한 그의 자축포다.
손흥민과 홀란이 달궈놓은 밤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이는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의 아일랜드 신성 에반 퍼거슨이다. 퍼거슨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안방 경기에서 홀로 세 골(전반 27분, 후반 20분, 25분)을 폭발시키며 팀의 3-1 승리를 책임졌다. 그의 커리어 첫 해트트릭이고, 리그 역사상 해트트릭을 기록한 18살 이하 선수로는 네 번째다. 2004년 10월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18살11개월.
셋의 연쇄 해트트릭 덕에 이날은 1995년 9월23일(로비 파울러, 앨런 시어러, 토니 예보아) 이후 처음으로 세 명의 선수가 각각 경기에서 세 골씩 넣은 두 번째 기념일이 되었다. 각각 기대득점(xG·경기 기록상 통계적으로 예상되는 득점)을 보면 퍼거슨이 0.92골, 손흥민이 1.13골, 홀란이 1.60골이었으니 근소한 차이지만 퍼거슨, 손흥민, 홀란 순으로 골 결정력이 빛났다고 볼 수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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