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1 싱가포르, 30년만에 인구 61% 늘린 비결
[편집자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싱가포르 한 IT(정보기술) 기업에서 재직 중인 이모씨(27)는 직장생활 4년차에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으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대학도 싱가포르에서 나왔다. 현지 생활 7년째인 이씨는 가끔 한국이 그립지만 아직은 귀국할 생각이 전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이씨는 연봉 1억2000만원의 고소득자임에도 싱가포르 정부에 세금을 1년에 800만원(6.6%)만 납부하고 있다. 이씨가 같은 연봉으로 한국에서 일했다면 세금으로 1년에 3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씨는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낮아 실제로 체감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글로벌 보험회사 싱가포르 지사의 경영기획실에서 일하는 이모씨(26)는 "외국인이라고 회사에서 불리한 경험을 한 적은 없다"며 "직원들은 각 능력에 따른 연봉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외국인은 넓은 식견을 갖춘 국제 인재로 평가받아 오히려 싱가포르인보다 연봉이 더 높은 편"이라고 했다.
합계출산율이 1.1명으로 전 세계에서 셋째로 낮은 저출산 국가인 싱가포르는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싱가포르 인재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에는 이씨 등과 같은 고소득 외국인 노동자(EP 비자 소지자)가 17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인 564만명의 3%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1990년에는 인구가 350만명에 불과했지만 30여년 만에 61%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는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다. 취업 비자를 받은 장기 거주 외국인은 2022년 기준 156만명으로 싱가포르 총인구의 27%를 차지한다. 한국은 장기 거주 외국인이 224만여명으로 총인구의 4%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준에 따라 다른 비자를 발급한다. 싱가포르의 취업비자는 △WP(Work Permit) △SP(S Pass) △EP(Employment Pass) 등 3가지로 나뉜다.
WP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WP의 경우 최소 만 18세~50세 미만의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된다. 특별한 기술과 경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건설·제조·서비스업 등에서 일하며 평균적으로 한화 약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SP는 중임금 외국인들에게 지급된다. 대학교 학사 학위 또는 최소 1년 이상의 정규 학업 과정을 거친 기술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 발급된다. SP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한화 약 300만원의 월 최소 급여를 받아야 한다.
EP는 고소득 외국인들에게 발급된다. EP는 월 소득이 최소 약 500만원에 달하는 전문직 근로자 또는 관리직을 위한 비자다. 싱가포르는 특히 올해부터 ONE(Overseas Networks and Expertise) pass라는 슈퍼취업비자를 도입했다. 이 비자는 월 소득 한화 약 3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지급된다. 대기업 임원·예체능·전문직 등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상이다.
싱가포르는 특히 저임금 근로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1978년부터 정식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가정은 '입주 도우미'(헬퍼)란 이름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같은 집에서 방 한 칸을 내주고 함께 산다. 2022년 기준 싱가포르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25만6300명에 이른다. 가사도우미는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싱가포르 자문역으로 일하며 기업 자문과 노동법 자문을 하고 있는 박서영 변호사는 "이민자와 관련해 어떤 인력을 먼저 수급할 것인지 범국가적 계획을 설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단 모두를 많이 받아들이겠다는 이민정책을 펴는 나라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싱가포르는 국가의 인적자원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GTCI)에서 지난해 총 75.80점을 받아 전 세계 133개국 중 2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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