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몰카' 파면 직원에 성과급·퇴직금 꼬박꼬박 챙겨준 수자공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성과급 지급…도덕적 해이 심각한 수준"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환경부·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에서 불법촬영, 성희롱, 근태 불량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 다수가 성과급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는 징계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성과급을 챙겨줬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징계받은 직원 121명에게 모두 7억6313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기관별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35명에게 성과급 3억7269만원을 지급해 가장 많았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21년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동료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파면된 직원에게 성과급 791만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이 직원은 퇴직하면서 공사 내부규정과 달리 무려 7000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아갔다.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환경부·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징계자 성과급 지급 현황. [사진=이주환 의원실]

아울러 건설근로자공제회가 9명에게 1억7581만원,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이 5명에게 4178만원을 지급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동료의 어깨를 만지고 허리를 감싸는 등 직장 내 성희롱으로 강등된 직원에게 올해 1654만원 성과급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출퇴근 시간 미준수, 근무지 이탈 등 근태 문제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고 퇴직한 전 관장에게 퇴직 후인 지난해 1142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다만, 국립생물자원관은 문제가 지적되자 뒤늦게 반환 고지서를 발부하는 등 환수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0년 10월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등 공직유관단체 임직원도 중징계나 성폭력·성희롱 음주운전 등으로 징계를 받으면 성과급이나 명예퇴직수당을 받지 못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공기관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주환 의원은 "청렴이 가장 중요시되는 공공기관이 피징계자들에게 무분별한 성과급을 지급한 일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신속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