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대기업 생산 11개월째 감소…“L자 장기침체 우려” vs “경기회복 초입”
제조업 분야 대기업 생산이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했던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감소가 계속되는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고물가로 인해 내수 위축 조짐까지 보이면서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고가 민간에서 나오고 있다.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정부는 중국발 부동산 위기의 파급력이 제한적이고, 반도체 수출 물량 회복·확대를 계기로 경기회복 초입에 돌입했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제조업의 대기업 생산지수는 105.7로 1년 전보다 9.6% 줄었다. 지난해 9월(-0.3%)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1월 이후 최장 마이너스 기록이다.
대기업 생산 감소 폭은 지난 1월 14.7%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6월 7.7%까지 낮아졌지만 7월 다시 확대됐다.
1∼7월 누계 제조업 대기업 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7월 제조업 대기업 지표는 출하·제고 지수도 모두 전달보다 악화됐다. 7월 제조업의 대기업 출하는 1년 전보다 5.2% 줄었고, 대기업 재고는 6월 증가율이 5.4%까지 떨어졌다가 7월 7.3%로 다시 악화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와 전자부품, 화학제품 등이 특히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좋았던 실적의 기저효과에 중국 리오프닝 효과 소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 특히 최근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하락)과 부동산 디폴트 위기 등 악재가 쌓이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회복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8월 수출입동향을 살펴보면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감소했다. 반도체가 32.2%(8월1일~25일) 급감했고, 석유화학(-9.0%), 디스플레이(-9.7%), 무선통신(-14.8%)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대중국·반도체 수출 부진,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약화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현대경제연구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상저하고 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기회복 모멘텀 확보 절실’ 보고서에서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원은 수출이 살아나려면 특히 중국의 경기 회복이 중요한데 중국의 7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4.5% 감소하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회복조짐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가 실질 가처분소득에 맞춰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성이 강해지는 것도 문제로 짚었다. 실제로 2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3.9%)하는 등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줄거나 정체되고 있다.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약화하고 수출 경기의 회복이 어려울 경우 상저하저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표상 상저하고’는 가능하지만,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수출과 내수 등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되고,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한다는 분석인데, 경기회복 기대 속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와는 온도차가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9월 이후부터는 수출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지표들이 상당히 괜찮아 질 것”이라며 “상반기에 0.9% 성장했는데 하반기에는 1.7% 내지 1.9%, 2.0%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특히 “10월 경부터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하면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는 9월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부동산발 위기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되는 중국 회사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는 지극히 미미하고, 중국이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진정시키는 정부의 대응책이 나올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상저하고 흐름에 따른 회복 추세에 여전히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추 부총리는 “빚내서 재정 지출을 늘려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민간이 주도하고 시장이 (회복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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