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는 구석’ 통했나…탁신 징역 8년→1년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의 형량이 징역 8년에서 징역 1년으로 줄어들었다. 측근들의 집권에 맞춰 귀국한 탁신 전 총리의 노림수가 통한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AP통신에 따르면,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은 전날 “탁신은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군주제에도 충성했다”면서 형량을 징역 8년에서 1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했으며, 그의 지식과 능력을 국가와 국민을 돕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관보에 실려 즉시 발효됐다. 태국 국왕은 모든 범죄자를 사면할 권한을 가진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달 22일 태국으로 돌아왔다. 이날은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을 비롯한 그의 측근들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이 총리를 배출하고 정권을 잡은 날이다.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후 15년 동안 자진 망명 생활을 했던 그가 하필 이날을 귀국 시점으로 잡은 것을 두고 프아타이당의 집권을 확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러 차례 귀국 시점을 연기했던 탁신 전 총리가 수감을 감수하고서도 귀국을 결심한 것은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탁신 전 총리는 궐석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상태였으나 귀국 후 법원은 이를 징역 8년으로 줄였다. 여기에 국왕이 징역 1년으로 다시 감형해 줌에 따라 탁신 전 총리는 가석방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형기의 3분의 1, 즉 4개월을 복역하면 가석방 신청 조건을 충족한다. 일각에서는 오는 12월5일 ‘아버지의 날’을 맞아 형기가 더 단축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탁신 전 총리는 귀국 후 교도소에 수감됐으나 고혈압과 수면장애 등 건강 문제로 현재 경찰종합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이번 감형은 태국 왕당파와 탁신파의 갈등이 봉합됐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AP통신은 짚었다. 과거 태국의 보수적 왕당파와 군부 세력은 민간인 출신으로 큰 정치적 인기를 누린 탁신 전 총리를 견제했고 결국 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쫓아내기에 이르렀다. 프아타이당은 지난 총선 국면에서는 군부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집권을 위해 쿠데타 주역으로 구성된 군부 계열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이때 탁신 전 총리 사면 건이 서로를 향한 신뢰의 뜻으로 거래됐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예상보다 빠른 감형 결정이 소위 ‘짜고 쳤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31일 탁신 전 총리 사면 신청이 제출됐을 당시, 태국 언론들은 모든 서류 작업을 제대로 거치면 절차에 1~2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청 이후 하루만에 감형이 발표됐다. 태국 연구자 케빈 휴이슨 노스캐롤라이나대 명예교수는 “프아타이당은 모든 보수 세력 및 친군부 세력과 연합하고 있다. 요청 후 몇 시간 만에 국왕이 감형을 승인했다는 것은 이들 간의 거래를 보여준다”고 AP에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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