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2인자가 아닌 확실한 1인자···경기·건국대, 전국통일구간마라톤 2연패 달성
보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도 우승을 향한 육상 장거리 유망주들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지난해 만년 2인자에서 벗어나 정상에 올랐던 팀들이 올해 나란히 연패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시대를 열었다.
경기 대표는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통일로 46.9㎞ 구간에서 펼쳐진 제53회 대통령기 전국통일구간마라톤대회 시·도 대항전에서 2시간32분4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오랫동안 서울이 지배했던 시·도 대항전에서 지난해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경기는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경향신문사에서 대성주유소까지 이어지는 제1 소구간(5.5㎞)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친 끝에 강원(17분35초)과 서울(17분41초)에 이은 3위(17분42초)로 통과한 경기는 대성주유소에서 벽제교로 이어지는 제2 소구간(8.9㎞)에서 ‘에이스’ 손현준(경기체고)을 앞세워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은평뉴타운을 지나 고양시로 넘어가는 이 구간은 끝 지점에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결돼 대회 최대 난코스로 꼽히는데, 손현준이 28분52초의 역주로 구간 1위를 기록하며 경기에 선두를 안겼다. 이후 제3 소구간(7.2㎞)에서 서울에 잠시 선두를 내줬다가 제4 소구간(7.8㎞)에서 다시 선두를 되찾은 뒤로는 별다른 위기 없이 순항하며 레이스를 마쳤다.
이기송 경기체고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속리산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참고 견뎌준 선수들, 그리고 함께한 코치들한테도 감사하다”며 “2연패도 했으니 내년에 3연패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일반부가 기량을 겨룬 소속팀 대항전에서는 건국대가 2시간28분23초의 기록으로 지난해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라이벌’ 한국체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한 가운데, 건국대는 한국전력공사와 치열한 2파전을 벌였다. 경향신문사에서 벽제교로 이어지는 제1 구간(14.4㎞)을 한국전력이 46분27초로 건국대(46분46초)에 19초가 앞섰다. 하지만 벽제교에서 통일로주유소까지의 제2 구간(15.0㎞)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건국대의 ‘간판’ 신용민을 앞세운 건국대가 1시간32분55초에 돌파하며 한국전력(1시간34분55초)에 2분을 앞섰다. 이후 통일로주유소에서 통일공원까지 이어지는 제3 구간(10.2㎞)에서 한국전력이 차이를 1분 가량 줄였지만, 끝내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영훈 건국대 감독은 “2개월 가량 하계 전지훈련을 했다. 신용민은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다가 합류해서 뛰었는데, 그래도 잘 뛰어줬다”며 “감독을 21년째 하고 있는데 대학무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한국 육상이 살아나러면 대학무대가 살아나야 한다. 앞으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좋은 성적을 내서 육상 붐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유 감독은 라이벌인 한국체대가 참가하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내년에는 한국체대도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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