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상실도 동시에 일어나는 게 인생”···‘어느 멋진 아침’ 미아 한센-러브[인터뷰]
새로 다가온 사랑 앞에 속수무책 흔들려
자전적 경험…“누구나 겪는 인생의 두 주제”
삶이라는 그림을 행복의 크레파스만으로 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환희의 순간에 고통은 불쑥 끼어든다. 반대로 상실을 통과하는 와중에 사랑이 찾아온다. 인생은 그래서 힘들지만, 살아볼 만한 것이 된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이 그리는 산드라(레아 세이두)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드라는 30대의 통·번역사다. 5년 전 사별하고 여덟 살 딸과 프랑스 파리에서 산다. 이혼하고 혼자 지내는 아버지의 집을 자주 찾는다. 철학 교수였던 아버지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기억과 시력을 잃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친구 클레망(멜빌 푸포)을 우연히 만난다. 더 이상 사랑은 없을 줄 알았던 산드라는 유부남인 클레망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산드라는 자신이 알던 아버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상실감에 괴로워하지만 동시에 새롭게 찾아온 사랑에 전율한다.
“사랑과 상실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죠. 누구나 겪는 것이고요. 제게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주제이기도 합니다.” <어느 멋진 아침>의 국내 개봉을 앞둔 지난달 28일 화상으로 만난 미아 한센-러브 감독(42)이 말했다. <다가오는 것들>(2016), <베르히만 아일랜드>(2022) 등으로 삶과 예술의 의미를 깊이 탐구해 온 감독은 8번째 장편인 이번 작품에서 ‘상실과 사랑의 공존’에 주목했다.
영화의 뿌리가 된 것은 한센-러브의 자전적 경험이다. 철학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퇴행성 질환을 앓았다. 아버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감독은 아버지의 존재를 영화로 남겨 기억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겠다’는 필요에 의해 만들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각본 작업이 끝난 뒤 세상을 떠났다.
일상 속 찬란한 순간을 포착하는 한센-러브 감독의 재주는 이번에도 발휘된다. 산드라가 클레망의 ‘당신 없이는 미칠 것 같다’는 문자를 받고 짓는 우는 듯 웃는 표정,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낸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따뜻한 풍경은 35㎜ 필름 안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한센-러브 감독은 롱테이크가 많았던 음악 영화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4)을 제외하고 모든 작품을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그는 “필름과 디지털이 포착하는 색감이나 움직임은 전혀 다르고 나는 필름의 결과물에 편안함을 느낀다”며 “현실의 한 부분을 영화를 통해 필름이란 유형의 물건 안에 집어넣는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산드라 역의 배우 레아 세이두는 <어느 멋진 아침>에서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세이두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파란 머리 레즈비언부터 <007> 시리즈의 본드걸, <프렌치 디스패치>의 교도관까지 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이번 영화에선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싱글맘으로 변신했다. 머리는 아주 짧고 차림새는 수수하다. 한센-러브 감독은 “세이두는 지금까지 화려하고 세련미 넘치거나 남성의 욕구를 상징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며 “이번 작품에서 세이두가 자신의 욕망과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열여덟에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한 한센-러브 감독은 올해로 감독 데뷔 20년을 맞았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프랑스의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영화란 ‘인생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자 도구’다.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단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이런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전보다 많지 않은 듯합니다. 영화 하나하나가 기능적 역할을 하는 측면이 강해졌어요. 하지만 저에게 영화는 자기 표현이고, 인간에 대한 탐구입니다.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
영화는 6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13분.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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