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학 한국어과, 수재만 갈 수 있다는데…입시성적 단연 1위 비결은 [신짜오 베트남]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의대의 인기는 지금처럼 높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이 별탈없이 고성장 랠리를 달릴 무렵엔 굳이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되지 않더라도 잘먹고 잘살 기회가 얼마든지 널렸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한국 대기업은 조직을 늘리면 늘렸지 줄인다는 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정년까지 회사에 다니는 것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IMF이후 한국사회는 급속도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멀쩡하던 직장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걸 본 사람들은 평생직장에 대한 신화를 빠르게 잊어갔습니다.
얼마전 베트남을 대표하는 명문대중 하나인 하노이대학 입시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놀랍게도 가장 높은 입시점수를 기록한 학과는 ‘한국어과’였습니다. 한국어과는 최근 들어 최상위 입시 결과를 내는 학과로 명성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일본어과가 34.59점, 독일어과는 33.96점이었습니다. 그 뒤를 프랑스어과(33.7), 스페인어과(33.38), 이탈리아어과(32.63), 러시아러과(31.93) 포르투갈어과(31.35) 등이 차지했습니다.
어문계열은 전공특성을 고려해 외국어(영어) 영역에 2배 가중치가 부여돼 40점 만점으로 우열을 가립니다. 30점 만점인 일반학과에서는 영어 강의 기반인 멀티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와 정보기술학과가 25.95점, 24.7점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 전공이 인기가 높은 것은 졸업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타 전공 졸업생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월급을 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워낙 많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매년 한국 기업들은 한국어에 능통한 베트남 직원을 새롭게 채용합니다. 한국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통역 수요도 늘고, 서류 작성과 통관 등에 따르는 부대 업무에서 나오는 일자리 수요도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에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 덕에 입시 성적이 더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한국을 동경하는 베트남 우수 고등학생들이 한국어 배우기에 달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수요가 늘자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21년 한국어를 제1 외국어에 포함시켰습니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제2외국어는 중등학교부터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구조입니다.
2020년까지 베트남의 제1외국어는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5개 과목이었습니다. 2021년 한국어와 독일어가 리스트에 들어가면서 베트남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은 공교육 제도안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교사수요가 급증하는 점도 한국어 인기가 올라가는 배경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어에 능통한 베트남 대학생은 굳이 월급이 작은 교사직에 관심이 없을 정도로 본인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베트남 제 1외국어 중에 한국어는 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언어입니다. 그런데도 대학에서 한국어 전공 인기가 다른 언어를 압도하는 것은 그만큼 베트남 내 한국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잠재력이 많은 국가입니다. 전세계 어딜 가도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한국어가 가장 대접받는 나라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베트남을 어떻게 활용해 ‘글로벌 한국’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을 중단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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