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번동과 광진구 자양4동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모아타운’을 추진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두 지역의 현재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강북구 번동은 모아타운 1호 사업지로 꼽힙니다. 인허가 절차가 거의 끝나 철거와 이주만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속도가 빨라 이르면 2026년 새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입니다.
반면 광진구 자양4동은 모아타운을 철회할 수도 있는 첫 번째 대상지로 거론됩니다. 광진구가 지난 7월 모아타운 추진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찬성과 반대가 너무 확연히 나뉘었거든요. 전체 토지 등 소유자 759명 중 찬성이 251명, 반대가 250명, 무응답 등이 258명으로 조사됐습니다. 토지면적으로 보면 찬성이 1만 695㎡, 반대가 3만 4234㎡로 차이가 크기도 했습니다. 광진구는 이에 철회 여부를 검토하는 중입니다.
두 대상지 뿐 만 아닙니다. 서울 곳곳에서 모아타운 계획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대상지로 선정된 곳만 70곳에 달합니다. 이 중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고, 모아주택 사업 때문에 갈등을 빚는 곳도 보입니다. 도대체 어떤 정책이기에 이토록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오늘은 모아타운·모아주택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도입 배경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전체 주거지 면적은 313㎢입니다. 이 중 4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 면적이 131㎢로 약 42%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저층주거지 가운데 앞으로 10년 안에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은 오직 16.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전체 저층주거지의 87%에 달하는 115㎢는 요건이 맞지 않아 재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재개발이 추진되려면 ‘동네 건물 3분의 2 이상이 낡은 건물이어야 한다’는 등 요건을 갖춰야 하거든요.
오래된 주택과 새로 생긴 빌라가 마구 섞여 있는 동네라면 현실적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낡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촌을 그냥 두기도 어렵습니다. 도로가 좁아 불법 주차가 빈번하고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재난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반지하 주택의 침수 피해도 계속 나오고 있고요. 서울시가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주거지를 정비하는 제도를 따로 만들고 나선 이유입니다. 이 제도의 이름이 바로 ‘모아타운·모아주택’입니다.
모아타운이란?
모아타운은 신축과 노후 주택이 섞여 있어 재개발이 곤란한 10만㎡ 미만 지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전체 노후도는 50% 이상이어야 합니다. 동네에 있는 전체 건물 중 절반 이상이 낡았을 때 모아타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서울시가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합니다”라고 공모하는 방식으로 뽑았는데요. 요즘에는 주민들이 “우리 지역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해주세요”라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안이 들어오면 서울시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위원회’가 열립니다. 위원회는 반지하 주택이 밀집됐는지, 상습 침수로 피해를 보는 지역인지, 노후 건물이 많아 정비를 해야 하는지, 기반시설이 열악한지 등을 살펴 대상지를 선정합니다.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되면 그때부턴 ‘관리계획’이 세워집니다. 대상지 전반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짜는 겁니다. 핵심은 하나의 아파트 단지처럼 만드는 겁니다. 여러 낡은 단독·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을 한 데 모아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 시키겠단 구상이죠. 그래서 이름도 ‘모아’타운으로 지었습니다.
관리계획에선 커뮤니티시설을 어떻게 조성할지, 공원과 주차장은 어디에 배치할지, 보행 가로를 어떻게 설계할지 등이 고려됩니다. 마치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을 세울 때처럼 말입니다. 현재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총 70곳인데요. 이 중 관리계획 수립이 완료된 곳은 11곳이라고 합니다.
모아주택이란?
모아주택은 모아타운 안에 있는 낡은 저층 주택들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구체적으로 모아타운 내 주택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서 블록단위로 개발하는 정비사업을 ‘모아주택 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지역이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개발 밑그림인 관리 계획이 나오고, 이 계획을 참고해 노후 저층 주택들이 모아주택 사업을 시행하는 겁니다.
모아주택 사업을 하기 위해선 면적이 1500㎡ 이상이어야 합니다. 낡은 저층 주택이 여러 채 모여 땅바닥 면적이 1500㎡ 이상이 되면 모아주택 구역이 될 수 있습니다. 유형도 다양합니다.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유형은 ‘가로주택형 모아주택’입니다. 2만㎡ 미만인 가로구역에 있는 다세대주택들이 함께 개발에 나서는 유형이죠. 이 외에도 자율주택형 모아주택, 소규모 재개발형 모아주택, 소규모 재건축형 모아주택 등이 있습니다.
장점은?
모아타운·모아주택의 장점은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밀고 있는 정책인 만큼 다양한 인센티브가 마련돼 있습니다. 용도지역을 올려주고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게 대표적입니다. 층수 제한도 풀어줬습니다. 가령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진행되는 모아타운은 층수 제한이 없습니다. 기존에 15층 이하로 제한하던 규제를 폐지한 덕분입니다. 공원과 지하주차장 등 기반시설도 정비할 수 있습니다.
빠른 사업 추진도 가능합니다. 심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모아타운 관리계획이 나오면 이를 참고해 모아주택 사업을 시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지역 전반에 대한 관리계획이 있기 때문에 모아주택 사업을 시작할 때 기본계획을 세우는 절차가 생략됩니다. 정비계획 수립이나 추진위원회 구성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통합 심의가 이뤄지는 것도 장점입니다. 모아주택 사업은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반면 일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따로 따로 받아야 하는데요. 이 심의 하나를 통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결국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건 확실히 이득이겠죠. 서울시는 빠르면 2~3년 안에 주요 절차를 다 밟을 수 있다고 내세우는 상황입니다.
단점은?
단점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낡은 주택에 사는 주민이라면 새 아파트를 짓고 싶은 마음이 크겠죠. 하지만 대로변에 있는 상가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입지가 좋아 임대수익이 잘 나온다면 굳이 아파트 한, 두채를 얻는 것보다 상가를 계속 운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겁니다. 지금이 좋다는 거죠. 또한 소유주가 생각하는 건물 값보다 감정평가 결과 나온 건물 값이 적다면 반대가 더욱 심하겠지요.
빌라 임대사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추진되는 모아타운을 반대하는 한 임대사업자는 “임대 소득으로 노후를 꾸린지 8년 정도 됐다. (모아타운을 하면) 소득을 누가 담보해주냐”며 “장기 임대사업자를 중간에 그만두면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동산 PF 대출이자와 분담금도 부담”이라며 “왜 굳이 잔잔한 동네에서 그러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주민과 외지인 간 갈등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외지인이 작은 원룸을 사서 모아타운을 추진한 뒤 시세가 오르면 팔고 떠나버린다고 비판하는 기존 주민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빌라는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어렵다. 가격이 좀 투명하지 않다”며 “개발 기대감을 갖게 해 가격을 올려놓고 매각한 후 떠나버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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