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리처드슨 추모… "北 억류 미국인 석방에 헌신"

김태훈 2023. 9. 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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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등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에 기여한 것은 고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랫동안 리처드슨과 교우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은 고인의 업적을 나열한 뒤 "고인은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누구와도 만나고, 어디든 비행기를 타고 달려갔으며, 필요한 모든 것을 다했다"고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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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여러 차례 방북
"미국인의 자유 위한 고인의 노력 숭고"

“북한 등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에 기여한 것은 고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별세를 애도하며 발표한 성명 일부다. 1990년대 북한 당국에 감금된 미군 조종사 송환을 위한 고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4년 12월 주한미군 소속 헬기가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비행하다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북한 측의 공격을 받고 격추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는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었다.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이던 리처드슨은 마침 다른 일로 평양을 방문하고 있었다.

미 행정부의 연락을 받은 리처드슨은 하원의원 신분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섰다. 헬기 탑승자 중 1명은 사망하고 1명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슨의 임무는 사망자 유해 그리고 생존자 신병을 북한 당국에서 넘겨받아 무사히 미국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북한과의 끈질긴 교섭 끝에 리처드슨은 사망한 데이비드 하일먼 준위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북한은 생존자 보비 홀 준위의 석방에도 동의했다. 사건 발생 후 13일 만에 리처드슨은 홀 준위를 데리고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귀환했다. 하일먼 준위의 유해 봉환도 동시에 이뤄졌다.

리처드슨과 북한의 인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리처드슨은 1996년 이번엔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강석주 당시 외교부 제1부부장과 만났다. 두 사람의 회동 후 밀입국 혐의로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가 풀려났다. 리처드슨은 2009년 북·중 국경 일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 북한에 들어갔다가 붙잡힌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기자 석방에도 관여했다.

오랫동안 리처드슨과 교우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은 고인의 업적을 나열한 뒤 “고인은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누구와도 만나고, 어디든 비행기를 타고 달려갔으며, 필요한 모든 것을 다했다”고 칭송했다. 이어 “고인이 생전에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미국인들의 자유를 위한 고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얼마나 숭고한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원한 애국자였던 고인이 앞으로도 계속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1994년 12월 북한을 방문하고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귀환한 빌 리처드슨 당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왼쪽)이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편 리처드슨은 지난 1일 매사추세츠주(州)의 별장에서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47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보스턴 인근 터프츠 대학교에서 프랑스어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1970년 대학 졸업 후 하원의원 비서관, 상원 외교위원회 직원 등을 지내며 정계에 입문했다.

고인은 1983년 뉴멕시코주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 1997년까지 7선을 기록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내각에 들어가 주유엔 대사(1997∼1998)와 에너지부 장관(1998∼2001)을 지냈다. 2003년 뉴멕시코 주지사에 취임해 2011년까지 8년간 주지사를 지내고 공직을 은퇴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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