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에도 잘 나가는 수산물 선물세트, 배경은?

노도현 기자 2023. 9. 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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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 국내 수산물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도 대형마트의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오염수 방류 이전에 비축한 물량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예약판매 기간(7월21일부터 22일간) 대비 49% 증가했다. 가격대가 저렴한 김(58%)부터 고가인 굴비(24%)까지 모든 제품군에서 매출이 두루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도 35% 뛰었다. 냉동 옥돔, 굴비, 갈치 등 간편 수산물 매출(50%)이 가장 많이 늘었고, 김과 같은 건해산물(30%)도 잘 나갔다. 이마트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 역시 11%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부터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자 국내에선 수산물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과 일본 정부가 오염수 유출 사실을 시인한 2013년에도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를 찾는 손길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방류에 앞서 미리 비축한 물량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 물량은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선물용으로 구매를 꺼리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별도로 수산물 안전 강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업체들은 내년 설 선물세트 물량까지 비축해놓은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비교적 고가의 선물세트를 파는 백화점에선 20~30만원대 선물세트가 잘 팔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명절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의 선물 가액 상한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린 데 따른 영향이다.

현대백화점에선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논의된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 추석 전 같은 기간보다 37.8% 증가했다. 금액대별로는 20만∼30만원대 매출 증가 폭이 71.3%로 가장 컸다. 특히 20만∼3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이 88.3%나 됐다. 백화점들은 이 가격대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상품도 가짓수를 늘리며 힘을 주고 있다. 이번 연휴에는 중간에 휴가를 3일 사용하면 추석연휴부터 10월9일 한글날 공휴일까지 최장 12일을 쉴 수 있어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선물을 전달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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