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서 밀려나… 흉물로 방치되는 폐주유소들 [밀착취재]
최상수 2023. 9. 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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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의 문 닫은 주유소가 허리 높이로 자란 잡초만 무성한 채 흉가처럼 버려져 있다.
아무렇게나 자란 풀로 진입로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겨우 걸려 있는 '자동세차장'이란 간판이 이곳이 한때 줄 서서 기다리던 차에 기름을 듬뿍 넣어주던 주유소 자리였음을 쓸쓸히 보여준다.
주유소 휴·폐업 파도는 극히 낮은 영업이익률도 한몫한다고 한다.
유류탱크가 매설되어 있는 주유소의 경우에는 폐업 시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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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들어섰다 매년 100여곳 폐업
1995년 입지 거리제한 해제 후 포화
철거·토양정화비 1억5000만원 감당 못해
도심·외곽 곳곳 그대로 버려져
1995년 입지 거리제한 해제 후 포화
철거·토양정화비 1억5000만원 감당 못해
도심·외곽 곳곳 그대로 버려져
경기 남양주시의 문 닫은 주유소가 허리 높이로 자란 잡초만 무성한 채 흉가처럼 버려져 있다. 아무렇게나 자란 풀로 진입로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 겨우 걸려 있는 ‘자동세차장’이란 간판이 이곳이 한때 줄 서서 기다리던 차에 기름을 듬뿍 넣어주던 주유소 자리였음을 쓸쓸히 보여준다.
서울 도심 노른자위 땅도 마찬가지. 지난달 23일 찾은 지난해 폐업했다는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서는 ‘공공기관 유류공급 지정주유소’라는 푯말만 남은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과거 한때 알부자의 상징이던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다.
정부가 1995년 시민 편익을 위해 전국 주유소의 거리 제한을 없애면서 업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2009년 약 1만3000곳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국 주유소 수는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기준 1만1144곳을 기록했다. 연평균 135곳이 폐업했다.
주유소 휴·폐업 파도는 극히 낮은 영업이익률도 한몫한다고 한다. 주유소의 평균 마진율은 5~6%이지만 인건비, 카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1~2%까지 하락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자영 주유소 사장은 “서울 중심가 같은 경우에는 (마진율이) 3% 조금 넘기도 하지만 나머지 주유소들은 전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뜰 주유소 같은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판매할 수 있지만, 일반 자영 주유소인 우리가 경쟁을 하기엔 너무 쉽지 않다”며 “셀프 주유소라서 인건비가 좀 더 적게 들긴 하지만 큰 영향은 없다. 한두 사람 줄인다고 메꿔질 손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살아남으려면 규모를 키워 박리다매로 전략을 바꾸든가, 알뜰주유소를 노려보는 수밖에 없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알뜰주유소는 총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농협, EX-OIL(고속도로 주유소), 자영 알뜰주유소로 나뉜다. 그중 농협 알뜰주유소는 농협이 석유를 들여와 운영하는 형태다. 자영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EX-OIL(고속도로 주유소), 자영 알뜰주유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쉽사리 선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알뜰주유소가 가격 경쟁에 악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정유사에서 공동구매로 구매하거나 관세 혜택을 받아 수입하는 형식으로 기름을 공급받아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알뜰 주유소로 몸살을 앓는 동안 지방은 신설 도로의 개발로 큰 피해를 보았다.
고속도로가 신설됨에 따라 국도 이용이 급감하게 되고 국도에 위치했던 주유소들은 고객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부지의 활용가치가 높은 수도권은 폐업 후 건물을 세우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지방은 다르다. 유류탱크가 매설되어 있는 주유소의 경우에는 폐업 시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시설 철거와 합쳐서 드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1억5000만원이다.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주유소들은 휴업을 이어가거나 폐업 신고 후 방치하는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적정 영업이익률을 감안하면 향후 주유소의 휴·폐업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충기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 등을 고려한다면 주유소 숫자는 9000곳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휘발유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비싼 기름값을 부담해야 하는 시민도, 평균 1%대의 수익률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주유소도 마땅한 해결 방안 없이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글·사진=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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