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잘못으로부터 배운다
공자에게는 수많은 제자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안회(顔回)가 독보적이었다. 공자는 안회의 자질과 덕을 극찬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기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회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하늘이 날 버리시는구나”라며 통곡한 공자는 그 후에도 제자를 많이 그리워한다. “제자 중에서 누가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까”라는 노나라 군주의 질문에 공자가 “안회라는 이가 있어 배우길 좋아했습니다. 그는 노여움을 옮기지 않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는데 불행히도 단명해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배우길 좋아한다는 자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배움을 좋아한 안회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노여움을 옮기지 않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우선 ‘노여움을 옮기지 않았다’는 것은 감정을 잘 제어했다는 뜻이다. 흔히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을 쓴다. 욱해서 실수하거나 후회할 말을 내뱉은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분이 나쁘다고 애먼 사람한테 짜증 내고 화풀이한 적도 있을 것이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저지르는 잘못이다. 그렇다고 ‘노여움’이란 감정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감정에 휩쓸려 판단력을 잃지 말고 적절하게 표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배움을 통해 가능하다.
‘배움’ 하면 우리는 보통 지식을 쌓는 것을 생각하지만 수양 또한 배움이다. 내 감정의 상태를 살피고,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즉각 이를 바로잡으려면 평소 배움을 통해 마음의 역량을 키워 놓아야 한다. 공자는 ‘분사난(忿思難)’이라며 화가 날 때는 내가 화를 냄으로써 생겨날 어려움을 생각하라고 경계했다. 예전에 곤란했던 경험을 되새기며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잘못해도 되고 실수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 대신 그로부터 교훈을 얻고 개선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을 직시해 내게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뜻이다. 이는 윤리적인 잘못이나 중대한 실책 같은 큰(?) 문제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잘못, 사소한 실수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수학 계산 문제를 풀다가 실수로 틀렸다고 하자. 어느 지점에서 잘못 풀었는지, 왜 착각했는지 그 원인을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과학 실험을 하다가 실패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가설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는지, 그도 아니면 실험 과정에 오류가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안회가 잘했다는 이 두 가지는 얼핏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실천하기 쉬운 일이었다면 공자가 안회를 평가하는 말로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안회처럼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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