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더듬은 상사, 문제 제기하니 퇴사 압박”...성희롱에 절망하는 여성들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보단 여성이, 정규직보단 비정규직일수록 피해가 심했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오는 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년을 앞두고 직장인 1000명에게 젠더폭력 문제를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전체 응답자 4명 중 1명(26.0%)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35.2%)이 남성(18.9%)보다 비정규직(31.0%)이 정규직(22.7%)보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은 38.4%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7.7%로 가장 많았으며 대표·임원·경영진 등 사용자가 21.5%로 뒤를 이었다. 가해자 성별은 여성의 88.2%가 ‘이성’, 남성의 42.1%가 ‘동성’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0%는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스토킹 역시 여성(10.1%)이 남성(6.4%)보다, 비정규직(12.5%)이 정규직(5.0%)보다 많이 경험했다.

비정규직 여성의 스토킹 피해 경험은 14.7%로 정규직 남성(5.0%)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을 당하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7.5%로 가장 많았고 ‘회사를 그만뒀다’(30.0%),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2.5%)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법 시행 이후 스토킹이 줄어들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2.6%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 경험’의 경우 응답자의 15.1%가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여성(24.1%)이 남성(8.1%)의 3배, 비정규직(22.3%)이 정규직(10.3%)의 2배에 달했다. 여성 비정규직은 29.7%가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

직장갑질119이 공개한 성범죄 사례에 따르면 한 직장인은 “사장 아들인 상사가 입사 초반에 제 몸을 두 번 정도 만졌다”면서 “남자는 성욕이 본능이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퇴근 이후 개인적으로 불러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성추행 문제를 제기하니 권고사직으로 처리한다면서 퇴사를 종용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일터가 이렇게 성범죄 무법지대가 된 이유는 결국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용자 성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직장 내 성범죄 신고가 들어간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지만 이 중 58.5%는 비디오 시청 등 온라인 교육으로 나타났다”며 “대면교육을 의무화하고 강의 내용과 수준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