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오송지하차도참사 희생자 분향소 철거…유족·시민단체 반발
충북도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14명을 추모하는 시민합동분향소를 협의없이 철거해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는 예고했던 대로 희생자들의 49재 당일에 철거했다는 입장인 반면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분향소 규모를 줄이더라도 운영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충북도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시민분향소를 철거했다고 3일 밝혔다.
유가족 협의회에 따르면 충북도는 지난 1일 오후 8시40분쯤 상당구 북문로 청주도시재생허브센터 1층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철거했다. 이날은 지난 7월15일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의 49재로, 충북도와 유가족협의회는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서 희생자 14명을 위로하는 49재 추모제를 열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시민합동분향소는 당초 충북도가 지난 7월2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도청 민원실에 설치해 운영해 왔다. 이후 유족들 요구로 지난달 4일부터 청주도시재생허브센터로 옮겨왔다.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충북도의 분향소 철거를 두고 ‘기습철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대시민재해 오송참사 진행규명 책임자처벌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충북도는 희생자 49재를 지내는 당일 군사작전을 하듯 시민분향소 철거를 강행했다”며 “속전속결로 분향소를 없애버린 것은 지자체가 참사에 대한 망각을 강요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도 “49재 당일 충북도와 청주시는 ‘희생자 유족들이 원치 않으면 분향소 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더니 49재가 끝나자마자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유가족들에게 굴욕을 줬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유족들과 합의를 거쳐 분향소를 철거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유가족들을 요청으로 시민분향소 운영을 여러 차례 연장했고 희생자 49재인 지난 1일까지 운영하기로 협의했다”며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청주도시재생허브센터에서는 2일부터 행사 등이 있어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49재 당일인 1일 오전 충북도 측에 시민분향소 철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청주시를 찾아 시민분향소 규모를 3.3㎡(1평) 크기 정도로 축소하고 운영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충북도, 청주시, 행복도시건설청 등 관계자들이 기소될 때까지 추모공간을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청주시 측은 청주도시재생허브센터 2층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향소를 2층으로 옮기는 것은 희생자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해 반대했다”며 “인구 85만명 도시에서 시민 14명이 희생된 사고가 났다. 이들을 위로하는 작은 추모공간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이 이해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족 협의회와 충북지역 시민단체 등을 오는 4일 오전 청주시청 임시청사 앞에서 충북도와 청주시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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