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디지털 한류 첨병]〈7회〉한국인의 게임적요소와 K콘텐츠
흔히 문화의 진흥이 산업의 촉매가 된다는 오해를 한다. 그보다 실은 문화진흥은 산업의 육성과 직결돼 있다고 봐야 정확하다.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물건을 만든다' 로 여겨지지만, 어떤 물건이나 콘텐츠를 만들어 산업화하는 과정에는 그 산업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와 지속성이 필연적으로 전제된다.
사회적 합의와 지속성은 문화적 공동체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기본적인 노동의 현장에서부터 어떻게든 문화를 이루고, 묶이고, 같은 배를 타려고 하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노동의 현장에서 부르는 간단한 노동요에서부터 아니면 소위 말하는 조합의 결성까지 노동의 전 과정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어떠한 공동체, 조합은 대부분 문화를 공유한다. 결론적으로 문화 진흥이 산업 육성 촉매제가 된다라기 보다, 문화 진흥과 산업 육성은 반드시 필요한 선결요인과 공통 요인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게임은 하나의 굉장히 중요한 문화적 요소를 내포한다. 실제로 우리의 많은 후속 세대들은 현재의 청년과 심지어 중년 세대를 게임 속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게임을 소비한다. 게임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되는가를 사고한다. 게임은 하나의 문화인데 우리는 게임을 훨씬 더 협소한 의미로 이해하기 쉽다. 오락이나 놀이 등 문화의 일부 요소로만 한정한다면 새로운 산업으로 파급하지 못하게 된다.
◇K콘텐츠, 게임문화의 국제화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게임문화재단은 게임산업 주체인 게임사가 게임문화를 진흥하고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점인 게임과학연구원에서는 안목있는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열린 국제심포지엄 '게임문화 Game on Culture'는 게임을 다분야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게임과 의료, 교육, 예술, 방송,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게임비평 활성화를 위해 웹진 '게임 제네레이션(Game Generation)'을 발행하고 있고 번역문을 프랑스 정부 등에 제공 예정이다. 국제심포지엄과 게임비평문의 해외 교류 사업을 시도하면서 게임문화재단은 K컬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을 통해 글로벌 연구자와 생각을 나누고, 한국 게임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연결지어 가고 있다.
한국의 게임콘텐츠는 e스포츠를 통해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시안게임의 한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를 지원하고 있다. 2023년 올해에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리그오브레전드, FIFA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5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또한 2022년에는 게임문화재단 주관으로 국회의장배 철권 한중일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어권에서는 올림픽을 윈터게임, 서머게임 등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포츠는 뇌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종류의 활동이다. e스포츠가 하나의 스포츠 영역으로 놓인다는 것은 이전에 몸을 많이 움직이면 우리가 예전에 스포츠라고 불렀던 것들이 이제 우리가 몸보다 뇌를 더 많이 움직이고 그 게임적 측면에 우리가 들어간다는 것을 함의한다. e스포츠를 논하기 이전에 이미 양궁 같은 스포츠도 몸에 운동량이 많다기보다는 두뇌량이 더 많다는 것을 비교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근육량 보다 두뇌를 많이 쓰는 이러한 게임문화 스포츠들이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저개발 국가와 K콘텐츠
한국의 게임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시게 소비되고 있다. 게임을 문화적으로 잘 이용하려면 게임을 통한 저개발 국가의 교육지원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임은 즐거워야 한다는 오해를 쉽게 받는다. 하지만 게임은 뇌가 움직이기 때문에 게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아를 가지고 있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 현생 인류는 다른 동물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 중에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그래서 학습을 만들어내기 정말 효과적이다.
저개발 국가에 학교와 같은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적 요소가 가미된 기능성 교육용 게임을 보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디지털 세상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친구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효과적인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도 이렇게 얘기한다. “항상 책에 사인을 해주실 때 알면 사랑한다라고 돼 있어요. 한국을 알리면 그들은 우리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그들을 더 지혜롭고 똑똑하게 만들면 그들은 우리를 정말 많이 사랑하죠. ”
◇게이미피케이션과 K콘텐츠
특히 '게이이피케이션'은 게임적 요소를 교육에 접목시켰다. 우리가 학습 내용을 어떤 지식을 좀 더 잘 습득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요소는 한국 문화에 많이 녹아있다. 우리는 지하철에도 정말 오래전부터 전역을 출발한 열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타자를 배울 때도 게임을 통해 한매 타자를 배웠다. 한국인들이 게임적 요소를 사랑하는 이유는 피드백 때문이다. 최근 교육 기업들이 게임적 요소를 잘 활용하고 피드백을 잘 주면서 학습 역량을 높이자 이런 요소들이 이제 기존의 게임 산업과 결부되기 시작했다. 이런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한국은 하나의 거대한 게임과 같은 나라다라고 하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동유럽 민속춤을 춰서 SNS에 올리면 얼토당토않게 몇백만 뷰를 보는 경우가 있다. 게임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기보다는 선도국, '우리는 저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라고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됐다. 우리가 이끌어내는 게이미피케이션이 오히려 산업 촉매제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적인 것들은 단순히 그냥 가지고 논다는 게임에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그런 것들이 많은 아주 말 그대로 '익사이팅'하고 '다이나믹한' 나라라고 한국을 우리가 알려가는 데도 정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대중음악,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의 K콘텐츠 저변에는 게임적 요소, 바로 반응하는 만큼의 변화량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소위 말하는 상호작용성이 존재한다. 한국인은 유독 상호작용성이 뛰어나다. 게임의 상호작용,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에는 한국인의 상호작용성이 작용한다. 이를테면 일본은 70~80년대에 해외에 기업진출이 활발할 때 그 지역을 일본화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반면 한국은 한국인은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현지화에 능하다. 타인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상호성과 다이나믹, 바로 그 상호성이 BTS와 한류 드라마가 있게 하는 요인이다. 끝없는 상호작용 속에 K콘텐츠는 성장한다.
〈필자소개〉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지심리학자로 손꼽힌다. 고려대 심리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지혜의 심리학', '코로나 사피엔스', '마음의 지혜' 등 더 좋은 삶을 위한 저술활동을 했다. 2018년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돼 건강한 게임문화 확립과 게임이용문화기반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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