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함대·사령부 이어 공장까지 시찰…김정은, '해군 밀어주기' 배경은
러시아와 해상연합훈련 가능성…'국방 외교' 전개 가능성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11년 집권한 뒤 처음으로 선박 엔진을 제작하는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시찰한 것은 최근 강화되는 해군에 대한 강력한 '밀어주기' 기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 총비서가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찾아 이 공장에 선박공업 발전과 해군무력의 강화를 위한 '혁명적 투쟁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중기계연합기업소는 평안북도 룡천군에 있는 북한의 최대 선박용 디젤엔진 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엔 알루미늄을 제조했으며 200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현지지도를 계기로 최신식 설비를 갖추는 등 현대화를 진행해 선박 엔진 제작공장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전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수차례 찾으며 애정을 보였지만 북한 매체가 김 총비서의 시찰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비서는 이 기업소를 다시 현대화할 것을 지시하고, 연말에 열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박공업발전과 관련한 '중요한 노선'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전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기업소가 해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대를 시찰(8월21일 보도)하고 해군절(8월28일)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또 한번의 해군 관련 언급이 나온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번 김 총비서의 시찰을 통해 해군 함정의 현대화 및 다량의 새 함정 건조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한 해군은 해군사령부 하에 동·서해 2개 함대 사령부와 13개 전대, 해상저격여단 2개로 편성돼 있다. 또 수상전투함 430여척, 잠수함 70여척, 상륙함 250여척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직은 한미의 전력의 비해 매우 열세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 제작 공장에서 해군무력 강화를 강조하고 '새로운 시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대적으로 해군의 해상전력을 증강해 나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해군절을 계기로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한미일 3국 합동군사연습을 언급하며 한반도 수역을 '핵전쟁 위험수역'으로 규정하는 등 한미일 군사협력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핵전략무기를 중심으로 해군력을 강화할 방침을 시사했다.
아울러 해군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가정보원은 김 총비서가 지난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큰 틀의 군사협력 방안에 합의' 했고, 러시아 측이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접경지의 규모가 작은 북한과 러시아 육군 간의 연합훈련을 양쪽 모두 수요가 낮을 수밖에 없다. 공군의 경우 북한의 전력이 러시아의 공군과 합동훈련을 진행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태평양에서 일본, 미국을 향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는 동해를 점유하는 북한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북러가 연합훈련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핵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을 견제하는 차원의 해군 간 훈련이 중심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 때 이미 해군의 핵전력 강화 방안을 일부 확정했다. 다만 정세의 빠른 변화로 핵잠수함 건조라는 기존의 목표는 일단 해군에 대한 핵전략무기 집중 배치라는 단기적 목표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총비서의 공언대로 연말 전원회의에서 해군력 강화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발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때까지 최근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해군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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