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아시아탁구선수권 중국 불참의 불똥이 평창에서?…남자 대표팀, 단체전서 이르면 8강, 늦어도 4강서 ‘최강’ 중국과 맞붙는다

남정훈 2023. 9. 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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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의 단체전은 직전 대회 6위까지의 팀들(챔피언스 디비전)이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1부 디비전’으로 묶인 나머지 팀들이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예선리그를 벌이는 순서로 진행된다. 예선 각 그룹 1위가 순위전을 벌여 최상위 두 팀이 합류한 뒤 ‘챔피언스 디비전’ 팀들과 8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2년 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단체전에서 남자 대표팀이 금메달, 여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낸 한국은 당연히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해있다. 대회 첫날인 3일 열리고 있는 그룹예선에서는 한국의 경기가 없다.
평창돔에서 3일부터 시작된 2023 제26회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첫날부터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자타공인 세계탁구의 절대 강자인 중국이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 경기를 벌이고 있다. 남자 예선 3그룹 사우디 카타르 중국 파키스탄, 여자 예선 1그룹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ITTF 랭킹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중국의 톱랭커들이 상대적인 약체 선수들과 대전하는 모습은 플레이 자체보다 경기 외적으로 흥미를 높여주는 요소가 되고 있을 정도다. 경기장을 ‘짜요’로 채우는 중국 팬들의 외침도 벌써부터 울려 퍼지고 있다.
남녀 단체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중국이 예선리그부터 출전한 이유는 현재의 팀 랭킹과 상관없이 직전 대회 성적만으로 챔피언스 디비전을 한정하는 ATTU 규정 때문. 중국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에 열렸던 2021년 대회에 불참했다. 이에 예선을 면제받을 수 있는 베네핏을 스스로 포기했다. 중국이 없는 대회에서 한국은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고, 팬들은 평창에서 중국탁구 슈퍼스타들의 모습을 처음부터 그것도 매우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중국의 1부 디비전행이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것. 게다가 한국 대표팀에도 영향이 크게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아시아선수권 단체전에서는 톱시드 중국을 일단 빼고 대회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상위 시드 국들이 1부 리그 팀들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체전 8강 대진은 전 대회 1, 2위 팀을 1, 2번 시드로 대진표 맨 위와 맨 아래에 두고, 3, 4위 팀의 중간 위치를 추첨한 뒤, 5, 6번 시드와 1부 리그 두 팀이 무작위 추첨으로 남은 네 자리를 채우는 방식이다. 남자 1번 시드, 여자 2번 시드인 한국은 어느 위치로 오게 될지 모르는 중국으로 인해 높은 시드를 받고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했던 일은 현실로 벌어졌다. 개막 전날인 2일 오후 진행된 단체전 1차 대진 추첨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1번 시드를 받고도 8강 첫 경기에서 중국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5, 6번 시드인 이란과 싱가포르가 2, 3번 시드인 대만과 인도 쪽으로 가고, 한국과 일본이 위치한 쪽으로 1부 디비전 두 팀이 모두 들어오는 추첨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팀은 이르면 8강, 8강에서 다른 나라를 만나 승리해 4강에 오르더라도 중국과 만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자칫 본선 한 경기만 치르고 단체전을 끝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홈그라운드에서 중국을 상대하게 될 우리 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자부의 경우는 1부 디비전 팀들이 8강 토너먼트 양쪽으로 갈렸다. 2번 시드인 한국 여자팀은 그나마 안정적인 대진을 받아들었다. 8강전에서 전 대회 6위 팀 태국을 상대하게 됐다. 4강으로 갈 경우 홍콩과 아직 어느 팀이 될지 모르는 1부 리그 통과 팀의 8강전 승자와 싸우게 된다. 그룹 예선 이후 추첨으로 결정될 2차 추첨에서 중국이 1번 시드 일본이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최상의 대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는 사실 예선 그룹 배정을 위한 조 추첨부터 파란이 일었다. 탁구강국 중 하나인 대만이 중국과 한 그룹에 속했다. 전 대회 7위로 부진했던 대만은 1부 리그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물론 중국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보다 높은 단계에서 만나기를 누구나 바란다. 정해진 대진을 되돌릴 수 없으니 현재로서 최선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남자대표팀 주세혁 감독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되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이기는 승부를 목표로 싸우겠다. 개인전도 이어지므로 단체전에서 분위기를 다잡고 가야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가장 강한 팀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단계를 밟기 시작한, 평창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의 첫 날 지형도다.

평창=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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