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기어 음주차량 내리막길에 ‘미끌’…법원 실형 선고, 왜?

“브레이크등 여러 차례 점화, 언덕 가까이 정차…음주 전력 고려”

음주운전 이미지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중립 기어에 둔 차량이 언덕 내리막길에서 스스로 미끄러졌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평창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94% 만취 상태로 면허도 없이 건물 주차장에서 주차장 언덕 아래까지 승용차를 10ｍ가량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주차장 내에서 운전한 사실은 있으나, 주차 후 기어를 중립으로 했는데 차량이 언덕 아래로 미끄러진 것일 뿐 주차장에서 언덕 아래까지 음주운전을 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차량 기어를 중립으로 뒀다가 차량이 언덕 아래로 미끄러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A씨의 의지나 관여 없이 차량이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주차장에서 시동을 켜고 후진한 뒤 왼쪽으로 틀어 전진하다가 주차장 옆 언덕 앞에 이른 점,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차량의 후방 브레이크등이 여러 차례 점화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또 A씨가 언덕으로 미끄러질 만큼 차량을 언덕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정차한 점 등에 비춰볼 때 A씨가 ‘운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무면허·음주운전으로 각각 2차례 처벌받은 전력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판결 선고일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범행한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A씨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도 “A씨가 언덕 부근에 주차하고자 했으나 음주 영향으로 변속기를 P단이 아닌 N단으로 조작했고, 이후 정차하고자 계속해서 제동장치를 조작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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