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도 강기영도 아닌, 진선규만 보인다는 건('경소문2')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9. 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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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소문2’, 카운터들보다 진선규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진선규는 어떻게 악귀와 의인의 두 얼굴을 오가는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종영을 앞두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이하 경소문2)>에서 그는 마주석이라는 의인 소방관으로 먼저 얼굴을 내밀었다. 사랑하는 아내 이민지(홍지희)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그의 얼굴은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일 때마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마주석은 아내가 필광(강기영)과 그 악귀 무리들에게 살해당한 후, 살벌한 얼굴로 변하기 시작한다. 마주석 안에 피어나는 분노의 불씨를 필광은 부추겨 불길로 만들어내고, 소문(조병규)을 비롯해 카운터들과 둘도 없는 이웃으로 지내던 그는 의인과 악귀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선을 넘어버린다. 그리고 끝내 필광의 도발에 의해 그마저 죽여 그의 혼을 먹게 되고, 마주석의 내면으로 들어간 필광은 그를 잠식해간다. 마주석은 결국 의인이었던 본래의 자신과 그의 안으로 들어온 악귀 필광이 내면에서 대결하는 양면을 갖게 된다.

사실상 <경소문2>의 최강 빌런은 그래서 마주석이 됐다. 물론 그의 안으로 들어간 필광이 부추긴 것이지만, 마주석의 모습으로 모든 카운터들과 최종장을 펼치게 됐으니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마주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이 양면을 제대로 연기해낸 진선규가 아니었다면 <경소문2>의 이 악귀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소환할 것인가를 두고 소문과 가모탁(유준상)이 의견대립을 벌이는 그런 장면은 나오기 어려웠을 테다.

여전히 이 최강 빌런으로 떠오른 자의 내면에 본래 의인이자 따뜻한 이웃이었던 마주석이 존재한다는 걸 믿는 소문은 그를 죽일 게 아니라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마주석은 물론이고 그의 속에 들어간 필광에게 먹혀버린 혼령들을 구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모탁은 자신의 파트너이자 후배 형사까지 마주석에게 죽을 뻔한 상황을 겪으며 소환이 아니라 제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가능해진 건 이 문제적 빌런이 의인과 악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그 모습들이 진선규의 연기를 통해 충분히 납득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운터들도 당해내지 못할 강렬한 악귀의 면면을 보여주면서도, 필광의 조종에 의해 죽일 뻔한 가모탁의 파트너 형사를 끝내 살려내고 도망치게 하는 본래 마주석의 면면을 드러낸다.

생각해보면 진선규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은 살벌한 악역부터 너무나 훈훈하고 선한 역할까지 다양했다는 걸 새삼 절감하게 된다. 영화 <범죄도시>에서의 위성락 같은 악당 역할이 있었다면, <극한직업>에서의 마형사 같은 웃음을 주는 역할이 있었고,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그 진중하면서도 인간미 가득한 역할이 있었다면 <악귀>에서의 구강모 같은 섬뜩하면서도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역할도 있었다. 물론 <몸값> 같은 온 몸을 던져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지만.

사실 <경소문2>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다. 시원시원했던 시즌1과 비교해 시즌2는 카운터들이 생각보다 힘을 못 썼고 대신 악귀들의 힘이 너무 강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상황들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악귀들의 힘이 강해져 액션도 커진 건 사실이지만 시청자들이 <경소문>에 바라는 건 거대 서사보다는 보다 현실감이 더해진 서민들의 사안들을 가져와 시원시원하게 풀어주는 카운터들의 활약이었다.

그나마 <경소문2>의 새로움은 의인과 악귀를 오가는 마주석이라는 캐릭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경소문2>의 종영에 즈음에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주인공들보다 바로 이 마주석이고, 그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해낸 진선규다. 이제 최종 대결에서도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것도 바로 이 마주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복합성 때문이다. 그는 과연 끝내 악귀에 잠식당할 것인가, 아니면 소문이 끝까지 믿어주는 마주석 본인의 심성으로 이걸 이겨낼 것인가. 마주석이라는 캐릭터가 있어 또 그를 200% 실감 나게 연기해낸 진선규가 있어 끝까지 생겨나는 기대감이자 궁금증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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