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말라 죽는 구상나무 살린다?

강한들 기자 2023. 9. 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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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가 고사한 지리산 중봉 서남면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미생물을 이용해 기후변화 등으로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았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미생물 군집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최근 사라져가고 있는 구상나무 자생지 복원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라고 3일 밝혔다.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있는 고유종으로, 한라산·지리산 등의 아고산대에서 산다. 최근 겨울철 적설량 부족, 겨울철·봄철 기온 상승 등으로 고사하는 사례가 늘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리산 반야봉, 중봉 등에서 구상나무 고사목은 많고, 어린나무는 적게 자라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21년부터 구상나무 생장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을 찾았다. 한라산 등에서 건강하게 사는 구상나무와, 고사 중인 나무의 토양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분석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주어진 환경에서 서식하거나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의 총체적인 유전 정보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건강한 구상나무 뿌리 표면과 그 주변 토양에는 비우베리아속, 클라불리나속, 토멘텔라속의 외생균근이 많이 나타났다. 고사 중인 구상나무 뿌리에는 외생균근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었다.

외생균근은 영양분, 수분을 토양에서 흡수해 뿌리에 공급한다. 대신 구상나무로부터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분을 얻는다. 외생균근은 구상나무의 뿌리를 보호하며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털 역할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증식연구센터는 내년부터 이런 외생균근의 최적 배양 조건을 찾을 계획이다. 균을 대량 증식해서 구상나무 복원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고사하는 구상나무 뿌리에 외생균근을 직접 주입하거나, 주변 토양에 뿌리는 방법으로 고사 속도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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