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2’에 집착하나”…또 다른 물가 논쟁이 시작된 이유 [뉴스 쉽게보기]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이 항상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대상이에요.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세가 과도하면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니 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죠. ‘적당한 물가 상승률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최근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어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년 넘게 기준금리를 올려 왔어요. 치솟던 물가를 잡기 위한 선택이었죠. 연준은 6주에 한 번씩, 1년에 8차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하는데요. 지난해 3월 이후 열린 12번의 회의 중 11번의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했어요.
매번 반복되는 답변에 이골이 난 걸까요? 최근에는 ‘굳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둘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에요. 사실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주제거든요.
중앙은행도 왜 하필 목표치가 2%인지에 대해서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진 못해요. ‘사람들은 물가 상승률이 2%면 별 신경을 쓰지 않는데 3% 정도가 되면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 정도의 대답을 하죠.
1980년대 후반에 뉴질랜드는 15%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잡느라 애를 먹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 당시 뉴질랜드 재무장관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을 0~1%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어요.
다음 해인 1990년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정하겠다’고 공표했어요. 세계 최초로 물가 안정 목표제를 시행한 거죠. 이것도 명확한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고, 재무장관이 제시한 목표치가 너무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참고해 조금 올려 잡은 수치라고 해요.
이후 캐나다와 영국 등이 2% 물가 안정 목표제를 도입하면서 이 목표치는 각국 중앙은행의 암묵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물론 이들 국가도 2%를 목표치로 잡은 이유를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어요. ‘과거 추이를 보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라는 식이었죠.
한국은 1998년에 물가 안정 목표제를 도입했어요. 사실 처음엔 목표가 정확히 2%도 아니었어요. 3±0.5%였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016년에 들어서야 단일 수치인 2%로 수정했죠.
예전에는 2%를 목표로 하는 게 맞는 것이었다 해도, 요즘엔 고물가가 일상이 됐으니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에요. 이미 미국에선 여러 경제학자가 물가 목표치 상향을 주장하고 있어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에 빨리 도달하려고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죠.
정치인들도 가세했어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집권 여당(민주당)의 로 카나 하원의원은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는 과학이 아니고, 연준의 정치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지적했어요.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올려서 기준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여요.
또 중앙은행이 목표치를 높이는 것만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더 빠르게 상승하겠네’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테니까요. 인건비가 늘어나면 모든 분야에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죠.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라메시 폰누루는 “연준이 3% 목표를 세운다면 곧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퍼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한국은행도 함부로 목표치를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해요.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목표 수준을 현재 2%에서 올릴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는 “물가상승률이 더디게 떨어진다고 목표 수준을 올리는 것은 가장 나쁜 방법 같다, 골대로 잘 못 간다고 골대를 옮기자는 얘기다”라고 일축했죠.
이번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바꿀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우리는 게임을 하고 있고 거기에는 규칙이 있다”며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건 안 된다”고 답했어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물가 정책목표가 2%라는 점은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죠.
하지만 단기간에 목표치인 2% 물가상승률 달성은 쉽지 않을 듯해요. 당분간 목표치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상황이 바뀌면 목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와 ‘골이 안 들어간다고 골대를 옮길 순 없다’는 두 주장, 과연 이번 논란은 어떤 결론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꼬박꼬박 국민연금 낸 우린 뭔가”…286만원 소득자 10년 부었더니 ‘맙소사’ - 매일경제
- “그만하라 할 때까지 하겠다”…회 먹방에 진심인 여권 인사들 - 매일경제
- “패션은 돌고도는거야”…‘복고열풍’ 난리난 이 브랜드, 없어서 못팔지경 - 매일경제
- 코로나 대유행 또 오나…‘돌연변이 30개 더 많은 놈’ 미국서 확산 - 매일경제
- 부동산 다시 숨고르기나…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상승 거래 ‘주춤’ - 매일경제
- ‘아시아 최초’…실내에서 서핑부터 스키까지 즐긴다는 싱가포르 명소 - 매일경제
- 주식?채권 장점만 모았다…목돈 굴릴 안정적 투자처는? [신화!머니?] - 매일경제
- “퇴사하고 후회하면 늦어”…前 대기업 임원이 은퇴 전에 준비하라는 ‘5가지’ [자이앤트TV] -
- ‘마약 혐의’ 유아인, 강남 클럽 방문설...소속사 “서울에 없다” 황당 - 매일경제
- ‘해트트릭 폭발’ 손흥민, 오른발 2골+왼발 1골...미친 양발잡이의 매력 뽐냈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