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길 찾고 싶었다” 잿더미 된 경쟁업체에 공장 내준 박병태씨

김현수 기자 2023. 9. 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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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태 대일기업 대표. 박병태씨 제공

“경쟁업체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보다 공생의 길을 찾고 싶었어요.”

현대·기아차에 스포일러를 납품하는 박병태 대일기업 대표(63)는 3일 경향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불이 난 경쟁업체를 도와준 이유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2021년 8월 경북 칠곡군에서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A사의 공장이 화재로 모두 잿더미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A사는 박씨가 운영하는 공장처럼 현대차에 스포일러를 공급하는 경쟁업체로 불이 나기 전까지 탄탄대로의 성장 가도를 달렸다.

화재소식을 들은 박씨는 “A사가 힘겹게 일궈온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같은 기업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납품업체의 경우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 신용도가 추락하고 다른 업체에 주문이 넘어가면서 회사 생존이 위협받는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박 대표는 경쟁업체의 불행을 성장 발판으로 삼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했다. A사가 공장을 다시 짓고 생산설비를 갖출때까지 야간에 자신의 공장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재욱 칠곡군수(오른쪽)가 박병태 대일기업 대표(왼쪽)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그는 “처음엔 직원들이 굳이 왜 우리가 피해를 보면서까지 경쟁업체를 도와야 하냐고 반대했다”며 “‘우리 공장에 불났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설득했더니 모두 따라줬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공장에서는 낮에는 박 대표의 제품을 생산하고, 저녁에는 A사 제품을 생산하는 두 회사의 ‘불편한 동거’가 4개월간 이어졌다. 각종 기자재와 도구가 어지럽게 엉켜버리는 등 두 회사 직원이 한 공장에서 생활하기가 불편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A사는 그의 도움 덕분에 공장을 다시 짓고 위기에서 벗어나며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아무래도 (A사가) 익숙치 않은 공간이다 보니 (A사 작업시간인) 밤에 불이 나지 않을까 걱정돼 잠을 설쳤다”며 “생산 설비도 일일이 바꿔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지만 두 회사 직원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그가 쏘아 올린 ‘공생의 공’은 A사가 그대로 이어받았다. 또다른 경쟁업체인 B사에 화재가 발생하자 이번엔 A사가 나서 자신의 공장을 B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박 대표는 “B사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돼 직접 찾아가봤다”며 “B사 대표가 ‘A사가 무상으로 공장을 빌려주겠다’고 했다며 안도하길래 ‘아이고 잘됐네’라고 해줬다”며 웃었다.

칠곡군은 지난 1일 박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나무가 시련을 딛고 힘차게 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라며 “나무처럼 서로 보듬고 배려하며 더 높이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한 박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품질의 경쟁, 가격의 경쟁 등을 통해 서로 발전해가며 공생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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