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왜 옴니버스 구성을 선호할까
앞서 관객 만난 '서울괴담'·'기기묘묘'
옴니버스 형태의 공포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을 찾고 있다. 2023년의 여름 끝자락에선 '신체모음.zip'이 공포 마니아들을 만나는 중이다. 이 작품 또한 옴니버스 영화다.
'신체모음.zip'에는 사이비 종교 단체를 취재하는 막내 기자 시경(김채은)이 등장한다. 시경은 특별한 의식에 초대받는데 그곳에서는 미스터리한 존재를 위해 신체가 제물로 바쳐진다. 시경의 이야기를 담은 메인 에피소드가 '토막'이다. '신체모음.zip' 속에는 '토막' 외에 에피소드 '악취' '귀신 보는 아이' '엑소시즘.넷' '전에 살던 사람' '끈'이 있다. '악취' '귀신 보는 아이' '엑소시즘.넷' '전에 살던 사람' '끈'은 제물로 바쳐지는 신체 부위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
6명의 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가 이 6개의 에피소드에 개성을 담았다. '토막'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든 제물이 바쳐졌을 때의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향수'와 '전에 살던 사람'은 가각 중고거래, 이사를 소재로 일상과 관련된 공포를 전했다. '귀신 보는 아이'는 따돌림에 대한 문제를 함께 보여줬고 '엑소시즘.넷'은 구마 의식으로 시선을 모았다. '끈'은 이웃과 끈으로 묶여 펼치는 생존 게임이라는 생소한 이야기가 신선함을 더했다. '신체모음.zip'은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인 만큼 다채로운 소재로 짜릿함을 안겼다.
이 작품 이전에도 옴니버스 형태로 관객들을 만난 공포영화들이 있었다. 지난해 관객들을 만난 '서울괴담'이 대표적이다. '서울괴담'은 '터널'부터 '빨간 옷' '혼숨' '치충' '층간소음' '중고가구' '혼인' '얼굴도둑' '마네킹' '방탈출'까지 10개의 괴담 에피소드로 보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안겼다. 또 다른 옴니버스 영화 '기기묘묘' 또한 지난해 개봉했다. 이 작품은 단편영화 '불모지' '유산' '청년은 살았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엮어낸 채 공포 마니아들을 찾아갔다.
왜 공포영화를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을까. 관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긴장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 자체가 마니아의 장르라고 불리곤 하는데 이들도 선호하는 수위의 정도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상을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무서운 장르를 즐기는 이가 있는 반면 누구나 시도는 해볼 수 있을 법한 수위를 좋아하는 이도 있다. 귀신, 괴물, 사람의 잔인성 등 선호하는 소재도 제각각이다. 옴니버스는 마니아들의 각기 다른 취향에서 제법 자유로운 편이다.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만큼 이중 한 가지라도 관객의 취향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정 에피소드의 소재에 이끌려 관람을 결심하는 공포물 마니아도 있다.
실제로 '서울괴담'의 홍원기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공포 영화 속 여러 장르에 접근해 보고 싶었고 이를 통해 관객들이 다양한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10개의 옴니버스로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대중은 공포물의 스토리 자체에 대한 관심도 갖고 있다. 옴니버스로 묶이면 이야기가 다채로워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OTT 등도 단편으로 구성된 공포 콘텐츠들을 종종 선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미친 영향도 있는 듯하다고 바라봤다.
숏폼 콘텐츠의 유행도 옴니버스 형태의 공포영화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도록 했다. 공포 장르의 메인 타깃층은 젊은 세대인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 SNS 등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이들은 숏폼을 자주 접해왔다. '신체모음.zip' 측 관계자는 본지에 "젊은 관객들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하다. 짧은 호흡과 긴장감으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공포 장르가 숏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지금처럼 개성 있는 에피소들로 구성하게 됐다. 옴니버스 형태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영화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매력을 갖출 수 있게 하고 트렌드에도 맞는 옴니버스 형태는 공포영화에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을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서울괴담' '기기묘묘'의 배턴을 이어받은 '신체모음.zip' 또한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종류의 긴장감을 안길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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