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300명이 일 않고 월급받는 공기업…대리운전비 300만원 받기도

세종=손덕호 기자 2023. 9. 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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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 중 노조 있는 480곳 실태조사
이정식 “노조 과도한 지원, 비정상적 관행”
한국노총 “노조 흠집내기” 민주노총 “노동부가 색안경” 반발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회사 업무는 하지 않고 노조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근로시간 면제자를 둘 수 있다. 조합원 수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자 수가 정해진다. 그런데 한 지방공기업은 한도를 283명이나 초과한 315명이나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 노조위원장은 회사로부터 대리운전비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3일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사업장 중 노조가 있고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두고 있는 480곳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 63곳(13.1%)에서 위법·부당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지난 5월 31일부터 3개월 간 진행됐다.

근로시간 면제 제도는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과 사내 근로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의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노조는 노동조합법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회사 업무가 아닌 노조 일만 하면서 급여를 받는 전임자를 둘 수 있다. 조합원이 많아지면 근로시간 면제자도 더 많이 둘 수 있다.

노조 조합원이 99명 이하면 연간 최대 2000시간, 100~199명은 3000시간, 200~299명은 4000시간의 근로 시간이 면제된다. 조합원이 1만~1만4999명이면 연간 최대 2만8000시간, 1만5000명 이상이면 3만6000시간의 근로 시간이 면제된다. 통상 2000시간은 노조 전임자 1명의 연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고, 한 사업장에 둘 수 있는 근로시간 면제자 최대 한도는 48명이다.

고용부가 조사한 480개 사업장의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이었고, 연간 면제 시간은 총 450여만시간이었다. 풀타임 면제자의 1인당 월 평균 급여는 637만6000원이었고, 1400만원을 받은 전임자도 있었다.

노사가 법을 위반해 운영하는 사례들도 확인됐다. 38곳이 인원 한도, 43곳이 시간 한도를 넘기는 등 총 63곳이 법상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했다. 18곳은 인원·시간 한도를 모두 초과했다. 법상 허용되는 면제 시간(11명분에 해당하는 2만2000시간)의 3배 수준인 6만3948시간을 운영한 사업장도 확인됐다.

조합원 수가 1만4000명인 한 지방공기업은 최대 면제 한도 인원이 32명이지만 실제로는 315명(파트타임)을 인정했다. IT 서비스사업을 하는 한 민간기업은 조합원은 200여명으로 최대 면제 한도 인원이 6명이지만, 실제로는 145명(파트타임)을 인정했다.

회사가 무급 노조 전임자에게 일부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원한 사업장은 9곳 적발됐다. 면제자에게만 특별 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곳, 면제자에게 면제 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 80곳 등 위법 소지가 있어 세부 점검이 필요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측이 노조 운영비를 지원(원조)한 사업장은 265곳(55.2%)이었다. 지원 항목은 사무실 유지비 152곳(32.1%), 대의원대회·워크숍 비용 50곳(10.6%), 창립기념일·체육행사 47곳(9.9%), 차량 지원 46곳(9.7%) 등이다. 노조위원장 대리운전비로 300여만원을 사업장도 있었다. 노조에 매점 운영권을 주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노조 발전기금으로 2억600만원을 지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 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 미조직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정부는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해 노사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이 같은 조사 결과 발표에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대변인 구두논평에서 “우리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원칙에 따르면 근로시간 면제 제도나 노조전임활동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입법적 개입 대상이 아니다”라며 “조사 목적 자체가 노조를 흠집내고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활용해 노조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시간 면제와 관련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설문지가 편향적인 질문에 객관적 실태를 확인할 수 없는 조사 문항”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운영비 지원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색안경을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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