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에 추경 대신 '여유 기금' 투입…최대 20조 전망

외평기금, 공자기금으로 보낸 뒤 재원 활용
기금 활용 규모 최대 20조 원에 달할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정부가 유례없는 ‘세수 펑크’ 사태에 대응하고자 각종 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 비교적 여유가 있는 기금을 활용하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지 않고도 세수 결손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 활용 규모는 2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외평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보낸 뒤 이를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왔고, 이로 인해 외평기금에 원화가 이례적으로 대거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외평기금의 원화 자금을 대규모로 사용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는 세수 결손분을 충당하고자 이러한 외평기금 여유 재원을 일단 공자기금으로 보내고 이를 다시 일반회계로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공자기금은 다른 기금들의 여유 재원을 빌려오거나 자금이 부족한 곳에 빌려주는(예탁) 총괄 계정이다. ‘공공기금의 저수지’로도 불린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217조600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 원 덜 걷혔다. 남은 5개월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 원) 대비 48조 원 부족하다.

세수 펑크가 50조 원을 훌쩍 넘어 60조 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0조 원을 기준으로 중앙정부가 메워야 하는 부족분은 ‘세수 펑크’의 60%에 해당하는 36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내국세의 40%가량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10조 원대 자금을 우선 확보할 계획이다. 2011~2016년 평균적으로 11조5000억 원 불용이 발생했다.

세계 잉여금으로도 3조~5조 원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 20조 원 안팎 부족분은 공자기금 재원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외평기금 자금을 중도에 상환받거나 신규 예탁을 줄이는 방식으로 예년 규모를 크게 웃도는 공자기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