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 안 전선 길이가 무려 72㎞…신형 우주망원경 임무는?
에베레스트산 8배 길이…전자장치 연결 ‘신경계’
2027년 발사…외계행성 탐색·암흑물질 규명
총 길이가 72㎞에 이를 만큼 엄청나게 많은 전선이 들어가는 미국의 신형 우주망원경 조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많은 전선이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최첨단 전자기기가 많이 실린다는 뜻이다.
이 망원경이 발사되는 2027년 이후부터는 태양계 밖 행성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발견하고, ‘암흑 에너지’처럼 천문학계에서 아직 규명하지 못한 미스터리를 해결할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과학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2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의 조립을 위해 전선을 동체에 탑재하고, 정상 가동 여부를 시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우주망원경 내에서 전선은 사람으로 치면 신경계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NASA가 최근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NASA 기술진이 아파트 2층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을 옮겨 장착하는 장면이 보인다. 구조물의 뼈대에는 수많은 전선이 감겨 있다. 전선의 총 길이는 무려 72㎞다. 에베레스트산의 8배이고, 서울과 춘천 간 직선거리와 비슷하다. 전선의 총 무게는 453㎏이다.
전선이 길다는 건 복잡한 전자장치가 많다는 뜻이다. NASA는 공식 발표를 통해 “망원경에 전력을 공급하고, 컴퓨터와 센서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는 데 전선들이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1990년 발사돼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허블 우주망원경’의 역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도록 설계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본다. 로먼 우주망원경도 가시광선을 일부 볼 수 있지만, 적외선을 특히 잘 보도록 만들어졌다.
적외선을 잘 볼 수 있으면 장점이 많아진다. 우주 먼 곳에서 날아오는 별빛은 적외선으로 변하기 때문에 장거리 관측이 가능해진다. 또 적외선은 뿌연 우주 먼지로 가려진 건너편의 모습도 투시해 관측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로먼 우주망원경이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시야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200배나 넓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별을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NASA는 로먼 우주망원경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태양계 밖 행성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은 5000여개이다.
NASA는 로먼 우주망원경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미지의 존재를 규명하는 데에도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의 95%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이라는, 현재로서는 물리적인 정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없는 존재로 가득 차 있다.
NASA는 “메릴랜드주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내 청정 작업실에서 전선을 동체에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로먼 우주망원경 발사는 2027년 5월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점에 배치된다. 라그랑주 점에선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우주망원경이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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