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허리’ 초급간부 처우개선 수술 더 방치하면 국군 중병 걸린다[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내년 예산안 편성, 초급간부 ‘기살리기’ 핵심사업들 줄줄이 미끄러져
사관학교·ROTC 지원율 ‘반토막’…“간부 되겠다는 청년이 없다”
2년 뒤 정부지원금을 포함한 병장 월급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소위 월급보다 많아진다. 국방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올해 본예산 대비 4.5% 증가한 59조 5885억원 편성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100만원인 병장 월급은 내년 25만원 증액돼 125만원, 여기에 자산 형성을 도와주는 내일준비지원금이 월 최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증액돼 병장 월급은 사실상 165만원이 된다. 2025년 병장 월급은 205만원(월급 150만원+지원금 55만원)으로 소위 1호봉 기본급을 초과하는 등 갈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소위 1호봉 기본급은 178만원, 내년도 1호봉은 기본급 183만원에 공통수당 평균 101만원을 합해 284만원이고, 하사 1호봉은 기본급 182만원에 공통수당 평균 91만원을 더해 273만원 수준이다. 소위와 하사는 단기복무 장려금 등 기타 지원금이 있어 실제 수령액은 더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 내부 문서에는 간부 획득 제한사항으로 ▲ 병역자원 감소로 인한 인력 풀(pool) 축소 및 간부 지원 인원 감소 ▲ 청년 인구의 감소로 인한 취업 여건 개선으로 사회경제 활동 증가 ▲ 병사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간부 지원 수요 감소 ▲ 병사 봉급 인상 및 복무 여건 개선으로 병 복무에 대한 수요 증가 ▲ 타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정년제도로 인한 직업적 안정성 저해 등을 꼽았다.
◇군의 허리 장교·부사관 초급간부 복무 개선 늦어져 사기저하 심각
최근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고 이직이 늘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 군 초급간부의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위·소위, 중사·하사로 대표되는 초급간부는 병사들과 부대끼며 부대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다시피하고, 유사시에는 병사들을 지휘하며 적과 싸우는 군의 ‘허리’로 통한다. 이들의 사기가 곧 병사들의 전투력으로 직결될 정도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초급간부의 자존감과 기를 살려주는 대책 마련이 요즘 국방부가 매달리는 ‘국방혁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현역병 자원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투력 유지에 큰 몫을 담당하는 초급간부 지원율이 뚝뚝 떨어지고, 그나마 중도에 군문을 떠나는 현상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축재정·북핵대응 예산에 밀린 내년도 초급간부 처우개선… 5620억원 요구에 1998억원 반영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짜면서 초급간부 처우 개선 명목으로 5620억원을 요청했으나 예산 당국은 1998억원만 반영했다.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년 예산 편성 방침에 따라 국방부 요구안이 3분의 1토막 난 것이다.올해 책정된 것보다는 515억원이 많은 액수다. 올해보다는 늘었으니 그나마 ‘선방’했다고 자조하지만 이 정도로 초급간부 지원율 급락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살펴보면 단기복무 장려금의 경우 장교는 현재 9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인상된다. 애초 2000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했으나 800만원이 감액됐다. 부사관은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오른다. 1500만원 요구안에서 500만원이 깎인 것이다. 초급장교 지원율 하락을 막고 우수인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주는 장려금으로, 그나마 병장 월급 역전 현상을 막는 수준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국방부는 "단기복무 장려금 지급 대상을 늘려 대학 졸업 후 학사장교를 지원하는 경우에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월 16만원인 간부 주택수당도 24만원으로 인상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직·간접 주거지원을 받지 않는 3년 이상 근무 간부에게만 지급하던 것을 내년부턴 3년 미만 간부까지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3년 미만 간부 4700명이 추가로 혜택을 보게 됐다. 여기에다 국방부가 초급간부들의 휴일·야간근무수당을 신설키로 하고 관련 예산(1135억원)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와 함께 시간외 근무수당 상한시간 상향, 특수지근무수당 가산금 인상 등 대안을 협의 중이다.
성과상여금(초급간부 기준호봉 상향) 예산(400억원)도 처음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현재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간부훈련 급식비로 753억원을 요구했으나 133억원만 반영됐다. 평일 1만원인 당직근무비를 3만원으로 인상하는데 쓰일 예산(1103억원)을 요구했으나 올해와 같은 366억원으로, 인상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무원의 경우 당직수당은 평일 3만∼5만원, 휴일 6만∼10만원 가량이다. 초급간부들은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의 격오지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요구한 예산 5620억원은 내년도 불요불급한 국방사업을 조정해 예산 당국과 협의하면 충분히 확보가 가능한 수준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핵 대응 3축체계 전력과 인건비 등 전력운영비 확보가 최우선으로 다뤄지다 보니 초급간부 처우 및 병사 근무시설 개선은 수년간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 정부의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와 북핵 대응전력 확보에 순위가 밀린 듯한 양상이다. 국방부와 예산 당국, 국회의 결단 없이는 초급간부 처우와 병사 근무환경 시설 개선은 단시일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초급간부 충원 초비상… 사관학교·ROTC 지원율 동반 하락’ 추세 이어져
초급간부들이 만족할만한 처우 개선 대책이 나오지 않고 급기야 병장 월급 역전 추세까지 전망되면서 군 간부를 지원하겠다는 청년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 결과 각 군 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경쟁률이 매년 동반 하락하고 있다. ‘2022년 국방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28대 1, 2019년 35대 1을 기록한 육사 남자 경쟁률은 2020년 20.8대 1, 2021년 19.7대 1로 낮아졌다.
2018년 33.3대 1, 2019년 40.6대 1이던 공사 남자 경쟁률도 2020년 20.3대 1, 2021년 17.5대 1로 뚝 떨어졌다. 해사 남자 경쟁률은 2018∼2019년 33.5대 1∼16.9대 1에서 2020년 18.4대 1, 2021년 17.4대 1을 기록했다.
ROTC의 경우 창군 이래 처음으로 후보생 추가모집에 들어가는 등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학군장교 경쟁률은 2015년 4.8대 1에서 2022년 2.4대 1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추가모집 공고를 낼 정도로 저조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매년 3월에만 이뤄지던 학군장교 임관을 올해부터 연 2회로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으나 경쟁률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3사 경쟁률도 2019년 6대 1에서 작년 3.6대 1로, 같은 기간 학사장교 경쟁률은 3.4대 1에서 1.5대 1로 절반 이상 급락했다.병사 월급 인상 및 복무기간 단축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초급간부 지원책이 소홀해지면서 간부 지원율이 하락하고 있고, 인구 절벽 시대와 겹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국방부는 이런 제약을 극복하고자 임기제 부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제 부사관은 병 의무복무 만료 후 하사로 연장 복무(상한 4년)하는 초급간부를 말한다. 임기제 부사관 운영률은 편제 대비 2019년 62.9%, 2020년 74.9%, 2021년 83.0%, 2022년 73.7% 등으로 저조하다.
결국 국방부는 여군 인력 활용도 하나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저조한 초급간부 운영률 제고를 위해 여군 인력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여군 인력을 전체 간부 대비 10.9%인 2만247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초임은 303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야전부대 지휘관들이 최근 열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초급간부 처우 개선을 한목소리로 요청하고 있다. 군의 허리인 초급간부 처우개선 문제 대수술을 하지 않고 더 이상 방치하다간 국군 전체가 중병을 앓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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