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남자는 성욕이 본능” 발언…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 성희롱 경험했다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여성 직장인 35.2%가 ‘직장 내 성희롱 경험’에 응답
여성 비정규직은 29.7%, 성추행·성폭행 경험
성희롱 행위자, ‘임원 아닌 상급자’ 47.7%로 가장 높아
성희롱 대응으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 83.5%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1. 직장인 A씨는 그가 다니는 회사 사장 아들 B가 입사 초반부터 자신의 신체를 두 차례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A씨는 B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에서 시달렸지만 회사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점심시간마다 ‘남자는 성욕이 본능이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퇴근 이후 개인적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B씨의)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많은 양의 야동 파일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니 권고사직으로 처리할 테니 빠른 시일 내 나가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2.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C씨는 기혼 남성인 팀장 D씨가 입사 순간부터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고 성적인 발언을 하는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는 D씨가 아는 분의 장례식장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수행하는 도중에는 도저히 말하기 어려운 저속한 성적인 발언과 행동을 해 “싫다”고 분명히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자 D씨는 이후 C씨의 결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네 탓에 일이 지연되고 있다’며 남들이 오해하도록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성보단 여성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그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직장인의 35.2%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경험이 있는 260명의 응답자에게 성희롱 수준의 심각성을 묻자, 절반 이상(58.1%)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여성의 ‘성희롱 수준 심각’에 대한 응답은 68%로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았으며, 43.9%인 남성보다도 24.1%포인트나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 여부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38.4%가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 여성보다 높은 응답률이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의 성희롱 심각 응답(65.3%)은 정규직(51.5%)보다 13.8%포인트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은 10명 중 7명(69.7%)이 ‘경험한 성희롱이 심각했다’고 답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7.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가 21.5%로 그 뒤를 이었다.

성희롱 행위자 성별은 여성 88.2%가 ‘이성’이라 답했고, 남성 42.1%가 ‘동성’이라 답했다.

성희롱에 대한 대응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83.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17.3%)가 그 뒤를 이었다.

직장 내 스토킹 경험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 8%가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성의 스토킹 피해 경험은 10.1%로 남성(6.4%)보다 3.7%포인트 높았다. 비정규직의 스토킹 경험은 12.5%로 정규직(5%)의 2배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의 직장 내 스토킹 경험은 14.7%로, 정규직 남성(5%)의 3배 수준이었다.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5.1%가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봤을 땐 여성이 24.1%로 남성(8.1%)의 3배에 달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10.3%로 집계된 정규직보다 2배(22.3%) 이상 높게 집계됐다.

여성 비정규직은 10명 중 3명(29.7%)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최대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는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 노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비정규직’이라는 업무 특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특성을 갖는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젠더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며 “직장 내 젠더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단호한 거절만으로는 중단되지 않는다. 여성이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여성을 살리는 일터’를 위해 사용자와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