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태풍 현장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 영접 피한 주지사, 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휩쓸고 간 플로리다주 피해 지역을 찾았다. 그러나 통상적 관례와 달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통령이 방문한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뒷말을 낳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이자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플로리다주 라이브 오크를 방문해 허리케인 피해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복구 상황을 브리핑 받은 뒤 “내가 여러분의 주지사에게 밝힌 것처럼 나는 주정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가가 여러분의 뒤를 지킬 것이며 (복구) 작업을 마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공화당 소속 릭 스콧 상원의원은 연방정부의 조기 재난지역 선포 및 지원 결정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훌륭한 일을 했다”고 화답했다.
그런데 정작 디샌티스 주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라이브 오크에 도착하기 전 이 곳으로부터 약 80㎞ 떨어진 지역으로 떠난 상태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와 회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디샌티스 주지사 측 대변인이 성명을 내고 “(대통령 방문 시 따르는) 경호 준비만으로 진행 중인 구호 노력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상황이 최근 사례에 비춰봐도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021년 서프사이드 아파트 붕괴 사고, 2022년 허리케인 이안 때도 플로리다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현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으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난 대응 공조를 과시한 바 있다.
이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당내 여론을 의식해 바이든과의 ‘동반 행보’를 자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동행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도 당내 일각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 불발과 관련 기자들에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며 “그에게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난 대응은) 정치나 레드 스테이트, 블루 스테이트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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